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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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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6일 08시 04분 등록
옛날 이야깁니다.
오래전 아메리카 원주민에겐 ‘배’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타고 온 배를 처음 봤을 때 원주민들은 배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눈으로야 분명 보았지만, 그를 표현할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뇌에서 지각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보고도 보지 않은 것이 되었습니다. 이를 ‘보이지 않는 배 현상 invisible ship phenomenon’이라고 합니다. 

언어는 사고체계를 형성하며,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따라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됩니다. 만약 A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면, 그가 남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말을 쓰는지 보면 됩니다. A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려면, 평상시 어떤 단어를 즐겨 쓰는지 보면 됩니다. A가 진심으로 믿는 게 무엇인지 보려면, 그가 소중한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면 됩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 우리의 사고체계,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5년 넘게 직장인을 비롯한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해오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고민이 이거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낯선 고민은 아니시죠? 그런데 재밌는건, 정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이 뭘 원하고 뭘 좋아하고 뭐에 관심 있는지 술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죠. 본인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다 해놓고는, 이 한마디를 꼭 붙입니다. “그래도 제가 뭘 원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참 이상했어요. 이미 원하는 게 뚜렷한데 왜 모른다고 이야기할까? 그런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오래도록 묻고 고민해왔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2가지였습니다. 

첫째, 자신의 꿈을 따라갈 용기가 없다. 그래서 그 존재를 ‘모른다’고 무시해버린다. 
둘째, 자신을 설명할 충분한 말이 아직 없다. 스스로를 표현할 말이 없으니, '없다'거나 '모른다'고 생각해 버린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강의나 코칭 중에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실하고 착하고 일 잘하고… 음 뭐가 없네요."
"머리가 좀 안 좋은 것 같고 좀 우유부단해요. 덜렁댄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자신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들어온 평가와 피드백을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누군가가 내게 해준 피드백은 진짜 내가 아닙니다. 주변에 의해 정의된 나일 뿐이죠. 역시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자신만의 말이 없는 경우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설명할 자신만의 말이 없습니다. 나를 표현하고 규정하는 적절한 말이 없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규정하는 말로 나를 만들어갑니다. 그조차도 없으면 ‘보이지 않는 배’처럼 그저 ‘모른다’, ‘없다’고 생각해버리게 되죠.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고 불리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리지 벨라스케스입니다. 그녀는 아무리 먹어도 지방이 쌓이지 않는 병을 앓고 있어, 키 157cm에 몸무게는 26kg를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미라처럼 바싹 마른 몸때문에 많은 놀림과 따돌림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냈죠. 하루는 유튜브에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발견합니다. 자신의 사진이 올려진 영상이었죠. 그것도 충격인데 댓글은 더 심했습니다.  "불로 태워 죽여라." "부모는 왜 쟤를 키웠을까?" 라는 댓글이 수 천개가 달려있었습니다. 큰 충격에 빠진 벨라스케스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면서 심한 상처를 주고 있는 그들에게 맞서 싸우려던 그 순간, 그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랫동안 제 외모가 저를 규정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역겹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상을 보고 난 뒤,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이 뭐라고 나를 규정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나는 내 외모가 아니라, 이 병이 아니라, 내가 이뤄낸 것들로 나를 규정할 겁니다.” 

그녀는 사람들과 싸우는 대신, 아래 목표들을 세웁니다. '동기부여 강연가 되기, 책 쓰기, 대학 졸업하기, 자신의 경력을 쌓고 가정을 꾸리기.'  그로부터 8년 후 그녀는 동기부여 강연가가 되었고, 책을 썼고, 대학을 졸업했다. 또 학교폭력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가장 못생긴 여자’가 아니라, ‘브레이브 하트 (학교폭력과 괴롭힘에 맞서는 자)’ 로 불립니다. 

벨라스케스는 스스로 자신을 설명하는 말을 찾으면서 내가 누군지 스스로 정의하게 됐습니다. 그럼으로써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내게 되었죠. 그러니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을 표현하는 말부터 찾는 게 먼저입니다. 스스로 표현할 말이 없으면, 결국 누군가가 정의내린 대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표현하고 설명할 말이 생기면 남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자신만의 철학, 기준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겐 스스로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언어가 있으신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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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8 12:23:07 *.169.227.25

 하나 이면서도 전부다  

망설이지 않고, 선제하며, 정면으로 승부한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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