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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9일 08시 10분 등록

좋아하는 취미를 같이 즐길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은 섭섭한 일입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트위터나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어서 친구 찾기가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실제 생활권 내에 친구가 있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외로움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몰두한 마니아 부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과 쉽게 녹아들기 어려운 소외감을 느끼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소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꽤 늘었습니다. 주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으로만 현실을 대하다가 생생한 현실의 사건이 들이닥쳤을 때 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 무엇이든 크게 받아들이고 오해하다가 쉽게 상처받는 캐릭터들로 나옵니다. 또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애니메이션 마니아로 살아오면서 실제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면서 생긴 사람들과의 거리감에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곤 합니다. 이런 것들을 극복하며 성장해 나아가고, 자기를 지지해 줄 친구들을 사귀는 캐릭터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등장인물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취미 생활이 때때로 그 캐릭터를 가장 시련에 빠트리는 장애물로 바뀐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 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가질 것이냐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예전보다 애니메이션 마니아 캐릭터들이 좀 더 일반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생활하면서도 자신과 취미가 통할만한, 혹은 자신의 취미를 이해해 줄 만한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철저하게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즐기는 성향도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밀스럽지만 주변에서 한두 명쯤은 나올법한 현실감으로 작품 소재로 활용되는 모양입니다. 저도 30대가 될 때까지 콘텐츠에 푹 빠져서 지내는 사람이라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다루는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이 부류의 특징들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주변의 지지자들을 모아가는 콘텐츠들을 볼 때마다 첫발을 떼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먼저 벽을 쌓고 자기 안에만 틀어박혀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때로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간의 갈등이 생겨도 경험이 많지 않지 않다 보니,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가 먼저 나오곤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 작은 동아리를 만들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들이 친구를 사귀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공 사례를 겪고 나면아 참하기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저도 주변에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가 현실에는 거의 없어서 온라인으로 독서 토론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운영한 지 1년이 넘어가는데 잡담이나 정보 공유도 많고 마으껏 좋아하는 분야의 소식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독서토론 멤버를 모집해 실제로 토론 모임을 운영한 적도 있었어요. 예전의 저 같으면 전혀 생각도 못 해볼 일이지만 우연히 낸 작은 용기가 큰 보답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마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은 저처럼 자기만의 취미를 추구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그런 분이 계신다면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기회를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인연의 시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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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 12:22:33 *.169.227.25

첫 발을 내딛는 것,  또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당위성, 필요성의 배경에 있는 절실함이 

그 한 걸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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