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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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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7일 06시 54분 등록
여러분은 한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얼마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나의 한계를 아는 것

​하루는 지인이 괴롭다고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친구가 암으로 투병하다 얼마전 죽음을 맞이했는데, 끝까지 신경써주지 못해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죄책감이 너무 심해서 일주일째 잠을 아예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목소리에서도 힘이 없고 괴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지인은 처음에는 암에 걸린 친구를 돕고자 잘해주었는데, 친구가 점점 자신에게 의지하고 매달리자 부담스러워진 겁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연락을 회피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친구는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뜨고 말았죠. 지인은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회피했다며, 큰 죄책감이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죄책감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죄책감’은 죄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고, 여기서 ‘책임’은 맡아서 해야할 의무나 임무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죄책감은 내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인해 내가 맡아서 해야할 일을 다 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죄책감은 책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휩싸여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그게 정말 내 일이었고 내 책임이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지인의 경우 친구가 죽은 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의 생사에 전혀 관여를 할 수 없었고, ‘살고 싶다는 의지’를 내는 것도 자신이 아니라 친구의 일이었습니다. 지인은 친구를 돕다 어느 순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안 것이지요. 그런데도 지인은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었고, 그를 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잔뜩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날 지인과 그게 진짜 나의 책임인지, ‘책임의 영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인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을 책임지려 하고 애썼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과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 무엇인지 구분하게 됐습니다. 이후 친구에 대한 미안함은 여전했지만 죄책감은 많이 덜어져 지인은 다시 잠을 잘 수 있게 됐습니다.   


한계를 지을 때와 짓지 말아야 할 때

예전에 저는 ‘한계를 짓는 것’이 능력을 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부정적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계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위 일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를 테면 한계는 어떤 일을 할 때 내 능력선을 명확히 그어주어, 정말로 집중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줍니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건 '한계' 자체가 아니라, '한계를 지을 때와 짓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먼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한계를 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안 해본 일을 할 때는 내 가능성이 얼마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한계를 짓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험하고 경험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과 잘 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면 한계선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내 선입견으로 그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그어진 한계선은 내가 누구인저 더 명확히 알려줍니다.   
반대로 한계를 명확히 해야할 때도 있는데 그건 바로, 위처럼 책임을 질 때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 책임을 질 때는 반드시 그 책임의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책임 영역을 명확히 한다는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책임으로 나가떨어지거나, 할 수 있는 이상의 책임감을 질 경우 무력감이 필수적으로 뒤따릅니다. 무력감은 내가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무력감이 올라올 때 그것이 내게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건가? 내가 더 집중해야할 건 무엇인가?'

한계를 명확히 하는 건, 단순히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입니다. 하지 못할 영역은 그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맡기거나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훨씬 더 많은 성취감과 효용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한계를 통해 말이죠. 오랫동안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을 해왔는데. 또 다른 측면이 있다는 걸 새로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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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16:13:36 *.169.227.25

전 구분을 잘 못해요 ! 아니 안돼요! 

내가 펜싱인지 펜싱이 난지 잘 구분이 안되듯 고정되어있지 않은 그 경계를 

구분해내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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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10:47:23 *.181.106.109

그 경계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백산님이 말씀하신 '내가 펜싱인지, 펜싱이 나인지'는 물아일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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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20:04:04 *.171.102.177

지인의 이야기는 경계 (바운더리)를 생각하게 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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