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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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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5일 09시 42분 등록

여러분은 식사 때 음식을 몇 번이나 씹고 삼키나요? 10번? 30번? 그렇다면 식사시간은 얼마나 걸리시나요? 한국인은 대내외적으로 빨리 먹는 걸로 유명합니다. 워낙 빠른 걸 선호하는 기질에다, 국물에 훌훌 말아 먹거나 뜨거울 때 빨리 먹어야 한다는 인식,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 먹는 식문화, 숟가락을 활용해 한 번에 많은 양을 퍼서 먹는 것 등이 빨리 먹는 습관에 일조하고 있죠.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8천7백명을 상대로 식사속도를 조사(2015)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10분 이내 식사를 끝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15분 이상 먹는 사람은 10%, 10~15분은 35%, 5~10분이 44%로 가장 많았고, 5분 내로 식사를 끝내는 사람도 8%에 달했죠. 이쯤되면 광속식사-식사를 한다기보다 흡입한다고 봐야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5분 미만 식사를 할 경우 15분 이상 식사를 할 때보다 비만 위험은 3배, 당뇨 위험은 2배, 고지혈증 위험은 1.8배가 늘어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한국인에서 예외는 아니라, 평상시 10분~15분 정도로 먹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라다보니 빨리 먹어야 맛있는 걸 더 많이 먹는다는 인식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배앓이를 자주하고, 소화력이 약해서 조금만 많이 먹으면 더부룩해지는 일이 잦았는데요. 덕분에 위 건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천천히 오래 씹어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오래전부터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횟수를 정해서도 먹어보고, 시간을 정해서도 먹어보고, 먹는 거에만 집중해서도 먹어보고 여러 방법을 써봤는데, 결국 며칠 안가 돌아갔습니다. 다른 습관은 잘 되는데 이건 왜 안될까?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의지력보다는 제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게는 천천히 먹는다는 게 ‘뭔가를 손해본다’는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안그래도 바쁜데 식사에 20분 이상을 쓰는 건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고, 빨리 안 먹으면 그만큼 맛있는 걸 못먹는다는 생각에 또 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천천히 오래씹는 습관이 당최 오래가질 않는 거지요.

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씹는 행위에 어떤 효험이 있는지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씹는 행위에는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효과가 있더군요. 일단 음식물을 30회 이상 씹으면 귀밑샘에서 파로틴이라는 침샘호르몬이 분비가 되기 시작합니다. 파로틴 성분은 백혈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이고, 이 호르몬은 젊음을 유지하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또 씹는 행위는 뇌를 자극해 인지력을 높여주고요,  뇌로 가는 혈액흐름을 도와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해줍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오래 씹으면 아밀라아제 효소가 분비돼 맹맛이던 밥알이 단맛으로 바뀌어 더 맛있어집니다. 잘게 씹어 넘기니 위 부담도 덜어줍니다. 게다가 천천히 먹으면 렙틴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식욕을 억제할 뿐 아니라 도파민 분비를 늘려 먹는 즐거움을 높여줍니다. 

천천히 오래씹기의 하이라이트는 이겁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행복호르몬이 분비되는 것. 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되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멘토로 불리는 이시형 의학박사는 소화가 아니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공을 들여 천천히 오래 씹는다고 말합니다. 포만감을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늘리는 것이 천천히 먹기의 핵심입니다. 

이쯤해서 제 식습관을 돌아보니 그동안 더 빨리, 더 많이 먹는 ‘양적인 부분’에 치중했지, 얼마나 식사를 만족하게 하고 있는지 ‘질적인 부분’은 소홀히 했더군요. 살면서 하루에 2~3번은 꼬박꼬박 매일같이 식사를 하는데 이 시간을 즐기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손해입니까? 그만큼 일상의 행복을 놓치는 거니까요. 그래서 식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건강만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씹는다'로. 씹을수록 행복감이 늘어나고, 씹을수록 건강해진다면 그보다 남는 장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돈도 안들고 씹기만 하면 되니 아주 쉽습니다. 예전엔 오래 씹으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씹는 행위에 얼마나  많은 효능이 있는지를 알고 나니, 이 좋은 걸 지금까지 놓쳤네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요 며칠동안 열심히 씹어먹고 있습니다. 한 입 먹으면 의식적으로 수저를 놓고 씹는데 집중합니다. 보통 50번 이상 씹게 되더군요. 가끔 마음이 급하면 잘 안될 때도 있는데, 그래도 가능한 선에서 오래 오래 씹어먹으려고 합니다. 최대한 먹는 즐거움을 늘리면서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이게 제 식습관의 핵심입니다. 아직 재미는 없지만 일단 10월 한달간은 의도를 내어 열심히 습관을 들여볼 생각입니다. 어느 순간 씹는 재미를 느낄 때까지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쉽고 좋은 걸 혼자 하자니 아깝네요. 어떻습니까, 저와 같이 해보시는 건? ^^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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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06:28:47 *.169.176.51

글이 늘 관념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어서  크게 공감이 가고  배움이 큽니다. 

내가 좀 더 젊어서 그랬더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 

그래도 뒤늦게나마 현실에서 가능한 것들을 실천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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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09:37:39 *.235.4.64

글을 읽으면서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주 금요일(22일) 점심부터 시작해보았습니다.

의외로 만족감이 커졌습니다.

천천히 먹기, 조금만 먹기, 오랫동안 씹기 등등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했을 때는 괴롭게 실천하다가 그만두었는데,

많이 씹기는 꽤 재미가 붙는 것이 신기합니다.


일단 30번 이상 씹기를 하니 수저를 멈추는 시간이 생겼고, 씹으면서 입안의 느낌에 집중이 되네요.

입안 가득 넣고 씹기를 해도 원래보다 많이 먹을 수 없으니 맛있는 것만 골라서 조금씩만 먹게되어 좋구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다보니 무작정 오래 식사하지 않게 되어 식사량이 강제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서 

지금의 저에게는 좋은 방법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재미가 오래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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