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 조회 수 559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불치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아무리 길어야 몇 달 후 죽음을 맞이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연구하던 한 작가가 그 남자를 찾아갔습니다. 놀랍게도 작가는 한없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죽음을 앞두었는데,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진다니... 작가가 물었습니다.
" 왜 당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생각하죠?"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왜 이전보다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그걸 설명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인생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거에요. 미래가 없다면 미래에 행복하기를 바랄 수 없죠. 매일매일 행복을 찾아야 해요."
존 웰숀스의 저서 <아주 가까운 기쁨 - 블리스>라는 책에 나온 실제 인터뷰 내용입니다. 탁닛한 스님은 한 사람은 채널이 수 백만개쯤 있는 텔레비젼과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붓다로 채널을 돌리면 우리는 붓다가 되고, 슬픔으로 채널을 돌리면 우리는 슬픔이 됩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자에게는 한없는 기쁨으로 오늘을 살 수 있는 하루로 그의 채널이 고정된 겁니다.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채널들이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 채널들은 부, 명예, 미래, 출세, 자녀 등등 케이블티비의 채널개수보다 많았을 겁니다.
미래가 없다면 당연히 불행할 것 같은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이전보다 더 열정적이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합니다. 걱정해야 할 내일이 없으니 도리어 오늘이 행복한 게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내일을 위해 살아갑니다. 물질적인 것들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조바심을 냅니다. 부족하지 않지만 항상 결핍을 느낍니다. 미리 걱정하는 마음이 곧 결핍입니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 부유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결핍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얘기했듯이, 행복해지려고 아둥바둥거리는 것을 멈출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해질 것입니다.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정녕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충만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30 | [내 삶의 단어장] 덧없이 흐르는 이야기: 마그리트와 프랑스어와 루이비통 [1] | 에움길~ | 2024.03.05 | 6236 |
4329 | [수요편지] 행복에 대한 또다른 이런 저런... [1] | 불씨 | 2024.02.28 | 6150 |
4328 | [책과 함께] 모든 나라의 역사는 같다 /피의 꽃잎들 [1] | 에움길~ | 2024.02.27 | 5961 |
4327 | [수요편지] 행복에 관해 헷갈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 불씨 | 2024.02.21 | 6156 |
4326 | [내 삶의 단어장] 바구니, 진정성 [2] | 에움길~ | 2024.02.20 | 6137 |
4325 | [수요편지] 흉터 [2] | 불씨 | 2024.02.14 | 6211 |
4324 | [수요편지] 답 없는 리더 [1] | 불씨 | 2024.02.07 | 6126 |
4323 | [내 삶의 단어장] 호박, 마법 또는 저주 [1] | 에움길~ | 2024.02.06 | 6048 |
4322 | [수요편지] 삶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 | 불씨 | 2024.01.31 | 5916 |
4321 | [내 삶의 단어장] 각인, 그 무엇으로부터도 | 에움길~ | 2024.01.30 | 5979 |
4320 | [수요편지] 일과 일이 아닌 것 | 불씨 | 2024.01.17 | 5830 |
4319 | [수요편지] 걱정해서 걱정을 없앨 수 있다면 걱정이 없겠네 [1] | 불씨 | 2024.01.10 | 5901 |
4318 | 새해의 마음가짐 | 어니언 | 2024.01.04 | 5689 |
» | [수요편지] 살아 있다는 것 | 불씨 | 2024.01.03 | 5596 |
4316 |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 어니언 | 2023.12.28 | 1102 |
4315 |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 불씨 | 2023.12.27 | 1110 |
4314 | 언제나 들리는 소리 | 어니언 | 2023.12.21 | 1271 |
4313 | [수요편지] enlivenment | 불씨 | 2023.12.20 | 1110 |
4312 |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 어니언 | 2023.12.14 | 1142 |
4311 | [수요편지] 워라밸 | 불씨 | 2023.12.13 | 11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