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불씨
  • 조회 수 577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4년 1월 31일 15시 10분 등록
저는 태생적으로 성격이 다소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컵에 물이 절반 차 있는 걸 보면, 남은 물 절반이 언제 줄어들 것인지, 또 줄어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런 지랄 맞은 성격은 일 하는데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 하는 문제나 위험인자를 찾아냅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버그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직책이 올라감에 따라 코딩 업무가 많이 줄어든 덕분에 버그는 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부정편향이 큰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삶도 부정적 편항에 이르기 쉽습니다. 만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자기 자신을 폄하할 수 있다는 거죠. 마틴 샐리그먼은 <학습된 낙관주의>에서 자기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특별한 신념 유형 세 가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세가지는 영속성, 파급효과, 인격화입니다.

문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 아닌가,
문제를 확대해석해서 삶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문제를 인격화하여 스스로의 인간적인 결점으로 치부하지는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회사생활, 사회생활 등 모든 삶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단지 넘어가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여긴다면 마틴셀리그먼이 말한 세 가지 신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문제든지 결국 지나갑니다.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디에선지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희망에만 매달려 있는 대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헤쳐나가려는 자세는 꼭 필요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맞닥뜨리면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첩첩산중, 진퇴양난이라며 그냥 주저앉습니다. 또다른 실패하는 유형 중에는 비록 주저앉지는 않을지라도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끝끝내 한 가지 방도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코드의 버그를 해결할 때도 성공하는 개발자가 있고 실패하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나 코드를 대하는 자세나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실제 있었던 실험인데요. 두 개의 유리병에 각각 파리 다섯 마리와 꿀벌 다섯 마리를 넣고 바닥 쪽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입구는 어둡게 했습니다. 꿀벌들은 모두 바닥으로만 날다가 유리에 부딪혀서 죽었고, 파리는 이리 저리 날다가 결국 입구를 찾아서 병 밖으로 빠져 나간다고 합니다. 헛된 희망에만 매달려 있으면, 끝내 절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계속 해결하지 못 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는 세 가지 신념에 이르는 꿀벌과 마찬가지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는 건 우리가 잘 해왔다는 거겠죠! 발자크의 명언을 좀 각색하면 문제라는 것은 길가의 돌부리와 같습니다. 장애가 될 것인지 디딤돌이 될 것인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지난주는 출장 때문에 해외에 있었습니다. 일과가 너무 빡빡해서 마음편지를 쓸 여유가 전혀 없었네요.
2024년의 1월도 이제 마지막 날입니다.
건강한 하루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IP *.242.225.20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63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불씨 2024.09.11 80
4362 [내 삶의 단어장] 싸움: 싸워라, 좀 에움길~ 2024.09.10 82
4361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어니언 2024.09.05 91
4360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어니언 2024.09.12 99
4359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어니언 2024.08.22 101
4358 [목요편지]학교 밖의 지식 어니언 2024.08.29 114
4357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에움길~ 2024.08.20 119
4356 [책 vs 책] 어디든, 타국 [1] 에움길~ 2024.08.26 119
4355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불씨 2024.08.28 124
4354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불씨 2024.08.21 149
4353 [수요편지] 행복 = 고통의 결핍? 불씨 2024.07.10 191
4352 [수요편지] 형세 [3] 불씨 2024.08.07 200
4351 [목요편지] 식상해도 클리셰는 살아남는다 [7] 어니언 2024.08.08 210
4350 [내 삶의 단어장] 다래끼, 천평 그리고 지평 [2] 에움길~ 2024.08.13 220
4349 [목요편지] 흉터 [2] 어니언 2024.07.11 246
4348 [내 삶의 단어장] 피아노, 희미해져 가는 온기 [1] 에움길~ 2024.07.16 246
4347 [목요편지]’호의’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때 [4] 어니언 2024.07.18 250
4346 [수요편지] 불행피하기 기술 [3] 불씨 2024.07.17 258
4345 [수요편지] 일해야 하나, 놀아야 하나 [2] 불씨 2024.07.24 260
4344 [월요편지] 세상이 분노가 가득한데 [1] 에움길~ 2024.07.08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