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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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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1일 13시 32분 등록


출처: https://leadbysoul.com/strategy/fools-rush-in-the-power-of-the-slow-thinking-executive/

 

한권으로 끝내는 영어’, ‘XX로 한달만 공부하면 OO만큼 말할 수 있다’.

영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광고 문구입니다. 정말 제대로 따라하면 책 한권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달만에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면 책 한권이 아니라 열 권도 살 수 있을텐데요. 영어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또한 이 말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한달 동안 몇 백 개의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영어를 끝내기는 커녕 OO만큼 말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황 별 대화를 암기하더라도 실제로 대화를 할 때에 책에 나온 그대로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학처럼 공식을 외우고 숫자를 대입해서 풀면 정답이 나오는 학문이 아닙니다. 시험, 면접, 여행, 등을 앞두고 속성으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달이면 끝낼 수 있다는 광고에 끌릴 수밖에 없겠지요. 급하고 시간이 없는데 1, 2년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겠냐고요


사실은 저도 ‘1개월 완성의 신봉자였습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는 미리 공부하는 것보다 직전에 급히 공부해야 효율이 높다고 믿는 소위 벼락치기전문이었지요. 취업을 앞두고 급히토익 점수를 받아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1개월 완성이 필요한 타이밍이었지요. 점수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왜 진작에 준비하지 않았을까?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컸습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하려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꼭 미리 미리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자고 자신과의 약속도 했지요.

높은 효율 덕분인지 운이 좋았는지 1개월 공부하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원하는 성적을 받았으니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와의 약속은 잊고 영어와는 담을 쌓았습니다. 취업을 한 곳에서는 토익 점수를 요구했지만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영어를 계속 할 동기부여도 사라진 것이지요. 1년 반 뒤에 광고 회사로 직장을 옮길 때 였습니다. 그 전에 받아 논 점수를 아직 사용할 수가 있어서 다시 시험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입사 한 달 뒤에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광고계에 트렌드였던 분야의 전문가를 초대해서 성공 사례, 신기술 등을 듣는 세미나였는데요. 초대한 전문가 중에는 외국인도 두 명 있었습니다. 이들의 발표를 통역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제 높은 토익 점수만 보고 상사는 저에게 통역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못 하겠다고 솔직히 말했어야 했는데요. 면접 때 영어 잘 한다고 어찌나 잘난 척을 했던지, 못한다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뽑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한만큼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사기취업(?) 이라고 비난 받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통역을 자원한 직원이 있어서 둘이 나눠서 하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통역은 해볼 만 한 것 같았습니다. 미리 발표 내용의 스크립트를 전달 받아 번역한 뒤 외우면 될 것 같았지요. 하지만 그 분은 스크립트 따위는 없다고 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써서 외우는 게 아니라 큰 내용을 이해한 후에 그저 자신의 말로 풀어낸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건데 그 때는 왜 그리도 원망스러웠는지요. 발표할 PPT 자료를 받아서 내용을 숙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사 당일 수백명의 관객이 참석했습니다. 발표 차례가 되었을 때 그분의 말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외운 대로 화면에 맞춰 말했습니다. 농담도 섞어가며 재미있게 발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의 말에 몇몇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곤 했거든요. 하지만 저의 통역에는 웃음기라고는 없었습니다. 그저 화면에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외워서 말한 발표는 다행이었습니다. 질문과 대답 시간에는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기만을 바랐는데요. 엉터리 통역을 눈치챘는지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갔습니다. 대부분이 발표 내용에 대한 지적 및 확인을 원하는 질문이었지요. 두어개의 질문만 가까스로 대답했습니다. 나머지는 시간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물어보라며 끊어버렸네요.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생생합니다. 다시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인생 최대의 망신살이 뻗친 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저의 상사들은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분들이라 입사 한 달 만에 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일을 계기로 ‘1개월 완성과는 이별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속성반을 찾았지만, 그 이후에도 약속대로 계속 공부를 했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겠지요.


제 주변에는 이제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을 탓하며 몇 달 만에 속성으로 익히는 방법은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작년에도 물어봤고, 몇 년 전에도 물어봤던 사람들입니다. 없다는 대답에 포기했던 사람들인데요. 늦었다고 생각했던 그때부터 시작했더라면 지금 어쩌면 OO만큼은 아닐지라도 OO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권으로 또는 한달 만에 끝내는 영어는 없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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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23:48:25 *.134.201.23

가족들의 생활속에 자리한 언어 ....  불어 !  아이들이 외가에 방학마다 몇번 다녀온 뒤로는 더 편안한 언어로 자라잡힌 불어로 제가 다가 옵니다.... 

그래서 점점 더 적절한 한국어 단어를 잊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이 되고 절 곤란하게 합니다.

제가 집에 았는 오전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고,  일 때문에 저의 귀가 시간이 늦는 저녁 아이들은 일찍 자기 때문에 ,..   

어쩌면 다시 새 언어를 배워야 할...  끙~~   삶은 늘 뜻하지 않는 곳에서  문제와 만나게 합니다.  마치  외나무 다리위에서 만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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