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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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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3일 09시 49분 등록

나에겐 스승이라고 청할 수 있는 분이 계십니다. 대학교시절 집단 상담이라는 프로그램을 할시 그분은 방황하는 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새롭습니다.

선생님을 오랜만에 모임에서 뵈었습니다. 제자들이 좋은 한 말씀을 청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는 상담이란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세월을 더듬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되물어 봅니다. 너는 그 공부가 행복했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현재 나 자신에게도 물어봅니다. 내담자와 상담 나누는 것이 행복하니. 그렇습니다. 상담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담자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 말을 잘한다고 하는 이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겸연쩍습니다. 예전 같으면 들어보지도 못했을 칭찬이기에 그러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는 남 앞에 서서 발표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부러워했던 사람이 반장, 부반장 혹은 학급회의시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이였습니다.

‘어쩜 저렇게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일까.’

어쩌다 차례가 되어 발표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부터 고문이 시작됩니다. 말을 더듬고 식은땀이 바짝바짝.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그러던 나에게 터닝 포인트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성격을 고쳐보기 위해 대학시절 여러 개의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레크리에이션 수강의 기회가 주어졌던 겁니다. 무료라는 당근이 나를 신청케 하였습니다. 그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약 백여 명이 참석한 과정 첫날 오리엔테이션 시간. 대표를 뽑는답니다. 가슴은 방망이질을 해대었고 어떤 힘에 이끌려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내 인생 최초의 공개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어떤 용기가 나서인지 모르나 그렇게 해서 생전 처음 대표라는 직함을 달게 되었고 이는 여러 사단으로까지 이어지게 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 자격증이란 것을 따고 오자 각 동아리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너 레크리에이션 한다면서. 앞에서 해봐.“

웃깁니다. 재주와 경험도 전혀 없는 아이가. 그럼에도 하늘같은 선배들의 명이라 어설프지만 활동을 해댑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의 능력이란 희한하죠. 한번 두 번 무대에 서다보니 자신감이 생겨나고, 종내 앞으로 강사를 하기위한 발판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조셉 캠벨은 <신화의 힘>에서 천복의 발견과 이어나감을 강조합니다. 자신이 나아갈 길. 사십대 늦은 나이지만 잘할 수 있는 탤런트를 찾게 되어 나는 행복합니다. 그는 이야기합니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강사는 정원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정성스럽게 관리를 하는. 그 대상이 나무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죠. 자랍니다. 새싹이. 생명이. 숨결이 그리고 성장합니다. 조그맣던 나무가 키가 커집니다. 그렇기에 강사란 역할은 보람과 소명의식이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과는 달라진 이들의 면면을 대할 때면 뿌듯함이 솟아납니다. 자신의 아이를 출산시킨 산모처럼 세상에 내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대나무 마디 그 비움에 물을 흘러내리게 합니다. 그리고 자라게 합니다. 스스로의 설 수 있음을, 내면을 대면하고 있음을, 그 촉매역할을 해주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이자 천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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