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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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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8일 13시 06분 등록

 

 

[짧은 소설그녀는 자주 자신의 내면을 성찰했다. 마음을 살피어 반성했고 신경 쓰이는 일들은 며칠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보아 발견한 것들을 날마다 기록했다. 내면일기라 부를 수 있을 법한 그 기록물들은 꼼꼼하고 상세했다. 찬찬히 살피면 그녀 기분의 부침이 그래프로 드러날 정도였다. 기록은 사실이나 논리를 체계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같은 마음의 움직임에 의해 작성되었다. 때로는 자신의 실망스러운 행동에 짜증을 냈고, 왜 그리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마음의 심연 속을 헤매고 다녔다. 때로는 반복되는 패턴에 스스로를 경멸하기도 했다. 그녀는 다른 이들의 말에 지나치게 예민했다. 나에 대한 다른 이들의 오해는 불가피한 인생의 일면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평가가 조금이라도 엇나간다 싶으면,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 며칠 동안 고심했다. 그럴 때에도 여전히 또 다른 자의식이 발동되어, 한걸음 물러선 의식으로 내면을 거닐고 있는 자신을 성찰했다. 성찰은 원인 파악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상황 개선이나 기분의 전환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녀는 종종 우울했고 며칠 동안 그러한 기분에 빠져 지내는 때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은 돌아갔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신문이 배달되었으며, 엄마가 식사를 차려 놓으셨지만, 그녀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만사는 그녀의 삶에 초대되지 못했다. 그 때에도 세월은 어김없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도 내면 성찰 중이다. 성찰이 자기이해를 도울 거라는 반쪽짜리 지혜를 믿으며. ()

 

 

   

 

[사족]

 

1) 한쪽으로 치우치면 넘어지기 마련이다. 내면 성찰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이들의 중요한 도구지만, 외부 세계에서의 활동과 병행되어야 한다. 활동할 기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면 탐색에만 탐닉하면 결국 <안 좋은 기분 - 활동의 축소 - 우울함>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활동과 사색은 삶을 진보시키는 두 바퀴다. 진정 활동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면, 외부 관찰이라도 해야 한다. 성찰과 관찰의 조화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2) 내면을 돌보지 않고 외부 활동에만 몰두하면 영혼의 영역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자기감정에 둔감해진다거나, 인생의 방향감각을 놓친다거나, 소중한 것들을 잊은 채로 살게 된다는 말이다. 영혼에 문제가 생긴 경우라면, 열심히 외부 활동에 집중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부 세계에서 벌어진 문제라면, 감정을 파헤치고 이유를 파악하려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때로는 이유를 모른 채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된다.

 

3) 내면 성찰만 해온 이들은 "마음이 혼란스러운데 어찌 일을 손에 잡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외부 활동만 해온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요? 답답하고 어려워서 그보다는 무얼 하나 행동하는 게 쉽습니다.”라는 말을 한심스러워한다. 두 변명은 자기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아직도 이 땅에는 생계를 위해 하루 종일 노동을 하고 돌아와 씻지도 못한 채로 쓰러지듯 잠드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앓는 마음의 병 중 한두 가지는, 어쩌면, 그들과 같은 삶을 일주일 동안 산다면 해결될지도 모른다.

 

4) “매일 큼직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미셸 투르니에가 자신의 저서 외면일기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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