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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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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4일 08시 23분 등록

어떤 기업강사가 강의를 다니다가 좋은 회사에 다녀서 좋겠다고 말하면, 삼성도 아닌데 뭘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온단다. 삼성에 간 김에 좋겠다고 말하면, 삼성전자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하고, 삼성전자에 다녀서 좋겠다고 말하면, 임원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한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으면서도 잔인한 현실에 입이 썼다. 그러니까 삼성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삼성전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임원이 아닌 사람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고, 그렇다고해서 삼성의 임원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데 우리 사회의 비극이 있는 것 아닌가? 평사원도 일이 많기로 소문난 기업에서, 최고위층이 감수해야 할 업무량과 책임과 스트레스를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같은 얘기를 학벌에 적용시키면, 수도권 대학 나온 애들은 지방대 나온 애들 대접 안 해 주고, 인서울대학 나온 애들은 수도권 대학 취급 안 해 주고, SKY 나온 애들은 인서울을, 서울대 나온 애들은 연고대를 무시하잖아..... 아마 서울대 안에서는 법대가 농대 무시하고 과학고 출신이 일반고 출신 무시하고.....이렇게 된다. 이와 똑같은 사고방식이 아파트와 승용차와 비주얼의 순서대로 줄을 세워,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이 독자적으로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만큼 해 내지 못하면 너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사회적 기준이 너무 강력해서, 그 기준에 도달한 사람은 남들의 선망 때문에 행복하고,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남들의 시선 때문에 불행하다. 어느 쪽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여서, 개성과 여유를 구현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거대한 톱니바퀴의 부속이 되어 돌아간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하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내 표현이 아니라 장강명이 쓴 소설제목이다. 이 책의 주인공 계나는 이 톱니바퀴가 싫어 호주로 날아간다. 남자친구가 어렵게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쟁취한 신문기자로 살아가면서도, 직업 외의 일상을 영위할 짬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며 최종적으로 떠난다. 계나의 1인칭 화법으로 재잘재잘 수다 떨듯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가볍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워홀러의 일상이나 계나의 연애사가 이어질 때는 참 쉽게도 썼다 싶었다. 하지만 계나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시어머니와 회사 욕을 하던 친구들이 여전히 그 타령인 장면에서 몸이 굳었다. 디즈니 명작 전집 중에서 <추위를 싫어한 펭귄>을 빌어,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개인의 결단과 책임을 논하는 장면에서는 숙연해졌다.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태워 줘서 하와이에 왔다면? 언제 또 누가 자기를 헬리콥터에 태워서 다시 남극으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이 소설은 장강명이라는 펭귄이 무수한 도전을 거쳐 바다를 건넌 첫 수확이다. 일간지의 11년차 기자 출신이 문학상 4관왕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지독하리만치 자기 꿈에 성실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랜 준비와 집념이 마침내 기회를 얻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우리 사회 특유의 폭력적인 톱니바퀴 안에서도 저자처럼 자기 바다를 갖는 사람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저자의 주인공 계나처럼 눈 매섭고 도전적인 젊은이도 많아야겠지. 우리 젊은이들이 워킹홀리데이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이 호주라서 스토리의 전개상 채택되었을 뿐 이 책이 호주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믿는다. 이 책은 우리 이대로 좋은가?”하고 묻는, 엄숙하고도 슬픈 질문이다.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 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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