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 명석
  • 조회 수 184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6월 17일 12시 44분 등록

hesse.jpg



천재란 사랑할 줄 아는 힘이며

온 몸을 바치고 싶다고 갈망하는 마음이다.

- 헤르만 헤세

 

노벨문학상을 탈 정도의 천재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겠지만,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를 흠모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대다수 사람들은 그것도 하지 못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이번에 터키에서 크루즈를 타고 크레타섬에 내렸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묘지를 찾아가지 않았다.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지만 걸출하고도 집요한 문체와 세계관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고향인 크레타를 각인시킨, 그의 탯줄과도 같은 땅에 들어섰는데 말이다. 대신 나는 장석주가 쓴 <내가 사랑한 지중해>를 읽었다. 장석주는 마침 나와 같은 경로를 여행하고 책을 펴냈으며, 나는 거의 40년에 걸친 장석주의 카잔차키스 사랑을 읽는 것으로 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나의 카잔차키스 사랑은 딱 거기까지였고, 귀차니즘은 언제나 힘이 세다.

 

하지만 정여울이 막 펴낸 <헤세로 가는 길>을 읽는 마음은 시샘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칼프와 후반의 40년을 거주한 스위스의 몬타뇰라를 방문하고 이 책을 썼다. 방문기 사이에 데미안에서 싯다르타까지 헤세의 눈부신 분신에 대한 평론 네 편을 배치했다. 여행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저자인데도 10년을 벼른 발걸음이었다고 한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헤세의 책들을 읽으며 헤쳐 왔다니, 헤세의 책을 수없이 읽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흠모의 정과 이해가 쌓여 깔끔한 책이 되었다. 거기에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만 주어지는 아낌없는 지원까지 더해져 시각적으로도 멋진 상품이 탄생했다.

 

1부와 3부의 탐방기는 사진이 듬뿍듬뿍 들어간 대신 본문이 짧고, 헤세의 주옥같은 글귀들이 더해져 부담없이 읽힌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그 길을 가 보고 싶다는 로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처럼 헤세의 책을 읽은 지 오래된 사람에게는 다시 한 번 정여울처럼 조근조근 뜯어보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한껏 심취하여 그 발자취조차 격한 감동 속에 돌아보는 내 마음 속의 작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휘몰아치게 만든다.

 

헤세가 40년 이상을 정착하여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같은 걸작을 쏟아낸 몬타뇰라에는 어디에나 헤르만 헤세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H. Hesse”라고 쓰인 이정표를 들여다보노라니 헤르만 헤세가 한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 거대한 개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로소 이 책의 타이틀 <헤세로 가는 길>이 이해된다. 헤세를 거듭 읽으며 한 작가의 복잡한 내면을 짚어볼 수 있었기에, 헤세는 물론 헤세가 심취한 괴테와 융과 카프카까지 다 읽었기에, 쉬지 않고 써 왔기에, 마침내 베스트셀러까지 생산했기에, 정여울은 또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헤세 루트를 찾아감으로써 동시에 정여울 루트를 만들었다. 그녀는 계속 성장하여 진짜 자기루트를 만들겠지만, 나 같은 범부에게는 위대한 작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내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늘 꽂히는 힘 하나는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태부족인 것 같다.

 


 

** 책쓰기과정 모집 **

제가 운영하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책쓰기과정  8기를 모집합니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을 직접 탐방하여 재미있게 살기를 도모하는 공저과정도 있습니다.

<1박2일>은 보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2338


IP *.230.103.18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