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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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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2일 20시 5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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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로 하여금 카메라여행을 착안하게 한, 요르단 사막에서 만난 베두인족 양치기 아이들



김정화가 쓴 <여행의 여왕> 읽어보았는지요? 20대 내내 방송작가로 일했다더니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이 참 잘 읽혀요. 그녀는 삼십대 중반에 난생 처음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난생 처음 응모한 공모전에 당선하여 상금 1억 원을 거머쥐기도 했다는데요, 그래도 그녀를 무조건 잘 나가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안 될 것이 엄청 저돌적이고 인간미가 넘쳐서 개인적인 안위에 머물 사람 같지는 않아요. 그녀는 삼십대 후반에 2년간 47개국을 여행했는데, 이혼 직후 전세금을 뺀 3500만원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게 전재산이었구요. “인생의 절벽에 선 시기였고 원하는 것을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떠났다구요.

 

그녀의 글은 통통통 물 위를 달려가는 물수제비 뜬 돌 같네요. 가끔 자신을 요정에 비유하는 자뻑도 밉지 않고, 어디서나 거리낌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화력이 뛰어나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온갖 위험에 처해 놓고도 태클이 없으면 감동도 없다는 훈훈한 결론을 이끌어내네요. 저는 한 때의 감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비롯된 다음 행동을 보여주는 여행서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세계여행 이후 곧바로 1년간 몽골의 지역개발 사업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참신하고 정서적인 프로그램을 주도하게 되지요.

 

이름하여 카메라여행! 미얀마, 베트남, 몽골의 아이들 22명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맘껏 찍고 기록하게 하고 다시 이 카메라를 다른 지역의 아이들에게 배달하여 서로의 사진을 공유합니다. 우리처럼 카메라가 흔한 곳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카메라가 주어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했다구요. 자기가 사는 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다가 외국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넓은 세상을 발견했구요.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두번 째 책 <여행하는 카메라>로 기록합니다.

 

22명의 아이들이 많은 숫자가 아니고, 카메라를 주는 것도 아니고 주었다가 회수한다는 점 때문에 어이없게 여기는 분도 있겠네요. 하지만 적어도 국제 구호활동이라는 미명아래 허위적인 숫자놀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녀는 여행을 다니며 가난과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았고, 그래서 NGO 활동을 하다가 좀 더 근원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접근을 원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22명의 아이들이 누군가 나를 선택해 주었다는 자부심아래 우정과 환대에 눈뜨고, 세계를 발견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그녀의 활동에서 영감을 받아 또 다른 지역에서 카메라 우체부로 나선 여대생도 있던데요, 이렇게 선한 의지가 연결되고 확산되는 것은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야 부탁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그녀 자신입니다. 독자적인 구호활동을 하는 1NGO로서 예술심리치료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것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며 나날이 화양연화라고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사진 찍는 아이들을 접하며 그렇게 되었다니, 우리네 삶이란 얼마나 예측불가인지요!

 

 

세계 여행, 구호 활동, ‘카메라야 부탁해!’, 사진 치료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고 엉뚱해 보이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실에 꿰어지고 비로소 완전체로 탄생하는 것을 느꼈다. 잘 짜인 각본처럼 C라는 클라이맥스를 만들기 위해 B라는 사건이 일어났고, B라는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A라는 복선을 깔아둔 셈이었다. 결국 이 해답을 얻으려고 먼 길을 돌아왔으며, 길을 돌아오는 것이 나를 위한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정화)

 

 

처음에는 <여행의 여왕>이라는 책 제목이 살짝 아니꼬왔는데 지도에 없는 길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급격한 전환에 부딪혔을 때 여행을 떠나지만 모두 그녀처럼 진짜 이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요건이 결과를 좌우하는 것일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과 그녀의 후속활동을 보며 온 몸을 던져야 하리라 겨우 짐작해 볼 뿐입니다. 다음 주에 터키로 4주 여행을 떠나는데 두 번째 가는 곳이라 무심해지려던 마음에 불이 지펴집니다. 내 나이와 상황, 기분 모든 면에 전환이 필요한데 눈 감고 있었구나 깨닫게 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절벽임을 깨닫게 해 주고, 있는 힘을 다 해 뛰어내릴 때  어쩌면 날 수도 있다고 부추기는 그녀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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