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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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5년 4월 28일 06시 39분 등록

 

봄날의 햇살이 좋았던 지난 금요일, 변경연의 연구원 후배(나이는 많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후배님께서 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배는 외모와 마음편지의 글이 많이 다르다고. ? 제 얼굴이 심히 안 좋아(?) 보였던지 후배님은 급하게 말을 바꿉니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낫다란 의미라고요... , 도찐개찐!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앞으론 제 외모처럼 생긴대로 글을 쓰리라.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생긴대로 써보려 하니, 혹 문체가 구리(?)거나 거칠더라도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보고있나, 후배님?!)

 

 

지난 2월부터, 불어난 몸무게와 자꾸 중력에 순응(?)하려는 살 때문에, 회사 지하에 설치된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헬스라하니 조금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기와 약간의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입니다. 두달여가 흐른 지금 조금씩 더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매는 꾸준히 변함없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네요. ㅠ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꾀도 나고 게으름도 생기던 찰나, 헬스장에 꽤나 괜찮은 오디오가 설치되었습니다. 게다가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가져와 들을 수 있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가져와 듣기 시작했죠. 주로 90년대 가요들을 많이 듣는데, 아무래도 최신곡보다는 예전의 음악이 편한게 사실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김성호의 그 사랑 그 사랑 어디서 오는걸까’, 신해철의 그대에게’,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푸른하늘의 겨울바다’,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등등. 어떤가요? 추억 돋는 곡들이죠?^^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곡마다의 상황과 사연들이 떠올려집니다. 처음 대학 캠퍼스를 걸을 때 흘러 나오던 노래, 어스름한 저녁 동기들과 잔디밭에 앉아 술기운에 힘차게 부르던 노래, 군 제대를 앞둔 5월의 진한 아카시아향과 잘 어울리던 노래, 과 커플 후배와 이어폰을 나눠낀 채 듣던 그 노래, 이별의 아픔 속에 듣고 또 듣던 신승훈의 애절한 노래들... 순간순간 당시의 장면들이 노래의 선율과 함께 선명해졌다 사라져갑니다. 그와 동시에 아련함이 가슴에 남겨집니다. 돌아오지 못할 젊음, 청춘의 시간들...

 

 

최근들어 꽃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피어난 꽃을, 그 꽃봉오리를 자주 만져보게 됩니다. 마치 아기피부처럼 보들보들한 그 느낌은 그 꽃이 살아있음을, 저 또한 이 세상에 발을 디딘 채 삶을 누리고 있음을 각인시켜 줍니다. 돌이켜보면 무려 47번째 맞이하는 봄입니다. 하지만 봄을 추상적인 봄, 시간적 서열 상의 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봄답게 감정이 듬뿍 담긴 가슴으로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채 몇 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치 지나가버린 아스라한 봄과 같은 청춘, 그런 젊음을 의미없이 흘려 보낸 것만 같아 그 아쉬움은 봄꽃 향기만큼이나 더욱 진하게 남습니다.

 

나이를 헛먹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할 때, 젊음을 잃어 가는데 그에 상응하는 그 무엇이 마음 속에 꽉 들어차는 느낌이 도통 생기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심통을 내기도 하고 누군가 정서적으로 보복의 대상을 찾아내 그 사람을 욕하고 저주하기도 한다. 안으로 밖으로 심통을 부려도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돈 몇 푼으로 가능한 소비에 기대려 한다.

-- 세상물정의 사회학에서, 노명우 지음 --

 

한번 가버린 젊음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의 말처럼 젊음에 대한 아쉬움, 아련함을 소비로 메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었을 때 해보지 못한 것, 가져보지 못한 것,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돈의 힘을 빌어 이루려고 하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안되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죠. 심지어 현대의학의 힘을 빌어 외모도 리모델링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소비는 갈증의 악순환만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소비의 욕망은 마치 밑빠진 독과도 같으니까요.

 

청춘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련하기 때문에 더욱 선명한 것이고요. 그래서 청춘은 빛이 바랜 하지만 갈수록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청춘은 과거의 일입니다. 과거는 추억으로 묻고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만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는 삶을 풍부하게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일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정이 가득 담겨야 합니다. 흑백사진과도 같은 음울한 일상을, 일곱빛깔 무지개와 같은 따스한 색으로 가득 채워진 일상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쁨, 즐거움, 행복함, 웃음, 미소, 사랑스러움, 따사함, 포옹, 손잡기, 숨결, 응시, 관심, 배려가 담긴 일상, 생각만해도 흐믓해지지 않나요?

 

지난 봄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호암 미술관 근처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직장에 휴가를 낸다는 것이 사실 눈치 보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 좋은 봄날 아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고 벚꽃 나무 아래를 걷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가득히 피어 있는 한적한 장소에서 준비해 간 커피와 간식거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소한 얘기들로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맑고 화창한 봄날처럼 가슴이 따스해지던 하루였습니다. 전망 좋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거나 요즘 한창 유행하는 대형 뮤지컬을 본 것은 아니지만 저와 아내가 공유한 행복감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에서, 양재우 지음 --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행복은 그런 것들을 찾고 발견하고 누리는데서 시작됩니다. 현재의 삶이 다채로워지고 풍부해질 때 과거의 다소 떫었던 청춘보다 더 깊고 더욱 맛있는 추억이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봄을, 다시 맛보기 힘든 아주 맛있는 봄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청춘의 봄으로 말이죠.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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