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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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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9일 15시 34분 등록

참된 공부란 무엇인가?

 

지난주 금요일 저녁, 여우숲에서 첫 인문학 공부모임이 열렸습니다. 매달 한 번씩 분야별로 훌륭한 선생님을 숲으로 모셔서 12일 동안 강의 듣고 밥 먹고 술 마셔가며 서로가 묻고 답하는 공부모임의 첫 마당이 열린 것입니다. 첫 모임은 성황이었습니다. 가까운 동네와 청주는 물론이고 부산과 서울, 인천 등 각지로부터 모였는데 인원이 서른에 가까웠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아직 백수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 CEO,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 선생님, 사회적 공헌 활동가들까지 참가자들의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날씨도 좋아 만월에 가까운 달을 누렸습니다.

 

준비 팀은 숲학교 교실을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꾸몄습니다. 조명을 낮추고 촛불을 켰고, 강사용 책상에는 책상보를 깔고 촛불 옆에 봄꽃도 장식해 주었습니다. 또한 책상마다에는 음료와 술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억압이 없는 공부, 유치원생들의 호기심으로 되돌아가 거침없이 묻고 답할 수 있는 공부를 위해 만든 장치가 바로 술을 마셔가며 강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첫 강의를 맡은 나부터 술로 목을 적셔가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학창시절 했던 공부에 대해 주로 어렵거나 지겹고 재미없었다는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 부정적 기억은 공부의 결과로 세상살이에 서열이 나뉘는 구조 속에서 싫든 좋든 주어지는 공부를 숙제처럼 풀어온 결과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에 나와 열풍처럼 읽었던 전략과 비법서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온 공부가 자신의 삶을 살찌우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음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행복하라고 학교에 보내는 부모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더 튼튼한 갑옷을 입게 하기 위해서 보내는 부모가 더 많다는 현실도 공감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기 삶의 본질과 행복에 더 다가서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공부에 회의를 품은 분들의 눈망울이 촛불보다 따뜻하게 교실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모두는 이제라도 참된 공부를 해보고 싶다 했습니다. 이번 강의는 그 열망에 대한 답의 모색으로 채워졌습니다. 참된 공부란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참된 공부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나눴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는 몸이 아파 먼저 잠을 청했지만, 참여한 분들은 서로 둘러앉아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눈 모양입니다. 고루 섞인 성비와 지역,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 서로 다른 직업과 경험 등이 인문학 공부라는 하나의 관심을 축으로 뒤섞이면서 숲이 구성되는 원리처럼 和而不同(화이부동)한 밤이었던 모양입니다.

 

첫 경험의 서투름을 보완해서 다음 달부터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59일로 예정한 다음달 인문학 공부모임에서는 철학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고 콘서트 형식으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첫 모임 참가자 중 철학전공자가 한분 계신데 그분이 사회를 보며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동양철학자와 서양철학자 한 분씩을 초대하여 동서양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고 철학이 품어온 핵심적 질문 6가지 정도를 동서양 철학 각각이 어떻게 답해왔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우숲에서는 새로운 공부를 모색 중입니다. 참된 나에게로 이르는 공부, 내가 되어 내 꽃을 피우고 그 꽃으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는 공부, 즉 꽃처럼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며 나는 그대와 참된 공부로 만날 새로운 날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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