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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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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4일 12시 56분 등록

 

'출근해서 뵙겠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나도 간단히 끝난 통화에 맥이 빠질 정도였다별안간 허탈한 기분이 되어 나도 모르게 수첩을 펼쳐 가운데에 줄 하나를 죽 그었다. 그리고 칸 위에 각각 ‘before’ ‘after’라고 적는다. 살던 곳에 그대로 살다 일하던 곳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나. 그렇다면 그간의 4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때 그곳을 떠났던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구보다 괜찮은 내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어찌 이리 시시할 수 있단 말인가? 고작 그럭저럭 먹고 살다 가는 것이 내게 허락된 삶의 전부라니 당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문제가 뭔지 밝혀내고야 말리라. 그래서 반드시 응당 그래야 할 방식으로 바로잡아 놓고야 말리라.

 

이리 시작한 여행이었으니 어찌 대충할 수 있었을까? 지난 4, 더 이상을 논할 수 없을 만큼 힘껏 살았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오늘 이리도 흔쾌히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게 된 것이 내 노력의 대가인지 시간의 선물인지. 아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더 솔직히 고백하는 편이 났겠다. 나는 여전히 그 문제가 뭔지 다 밝혀내지도 못했으며, 당연히 내심 꿈꾸던 인생역전 따위는 시작도 못했다. 돌아가면 다시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편치만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역시 각오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억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겪어보니 이 곳이 아니라 그 곳이 정답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4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준 유일한 가르침은 처음부터 정답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적어도 이제 나는 더 이상 밖에서 을 묻느라 귀한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제 마음이 모이는 곳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확인받고서야 안심하는 코미디 인생의 졸업, 이것이야말로 깊은 인생의 첫 관문이 아닐까? 이 문턱까지 나를 데려다 준 것만으로도 4년이라는 시간은 제 할 일을 멋지게 해낸 것 아닐까?  

IP *.1.1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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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3:10:16 *.30.254.29

코미디 인생의 졸업!

 

깊은 공감!!

 

최고!!!  (느낌표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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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7:10:34 *.1.160.49

ㅎㅎ

코미디두 나쁘진 않았던 것 같긴 해요.

우쨌든 장르야 뭐가 되었든

이젠 부디 배우가 좀 더 많이 웃을 수 있었음 좋겠다는 바램뿐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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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5:03:41 *.62.162.7
새학년 새학기 축하해 핑크공주 책가방이라도 사줄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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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7:13:25 *.1.160.49

핑크가방, 조아요~!!  ^^

난 역시 뼈속까지 핑크매니아~

글찮아도 이젠 노골적으로 핑크해야지 마음먹고 있는 참이었답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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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6:31:52 *.131.5.196

산을 올라가기 전 입구에서 산을 올려다보고 산을 올라갔다 와서 다시 그 입구에 서서 산을 올려다볼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글이네.  축하해! 어른이 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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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7:20:56 *.1.160.49

ㅎㅎ

감사합니당~^^

그러니까, 지난 4년 제가 비전 퀘스트를 치뤄낸 것이었군요.

엄마가 어른이 되는 사이, 아이들까지 부쩍 자라주었으니

완전 수지 맞은 게 분명한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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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19:56:39 *.62.180.34
새로운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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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22:14:34 *.1.160.4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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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7 23:42:16 *.129.229.202

  공감 갑니다.  이제야. 공감을 알아 가네요   글이란게 참 ^^

  맘을 새롭게 하네요.  조금 감동하고 크게 담아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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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6:34:35 *.237.208.78

제 글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죠?  ^^;;

저를 알고, 사연을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다소 쌩뚱맞은 수도 있을 이야기 '밖에' 쓰지 못하는 저를.

무던히도 괴롭혀 보았지만, 좀처럼 잘 되지가 않.....

 

아마 배워가는 중이라 그러려니, 아마 시간이 좀 더 필요해서 그러려니...

애써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부족한 글, 아니 제 맘을 알아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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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14:54:16 *.66.47.254

아 다시 컴백, 아마도 그전의 세상과 같은듯 하지만 다를 것처럼 보인다는 기대감은?  축하하고 싶다. 그 같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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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16:18:22 *.1.160.49

다를 것 없는 세상이겠지만 다르게 살아주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나봐요. ^^

같은 공간에 이리 다른 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새로운 체험의 시작인 것 같기도 하구요.

 

모 결국 다를 것 없었노라는 고백밖에는 얻을 것이 없더라도

한번은 다녀와야 미련이 없을 것 같으니 어쩌겠어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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