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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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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2일 01시 18분 등록

 

‘이번 명절에 시댁에 가기 싫습니다. 결혼 10년 차, 지난 9년 동안 명절, 제사, 생신 등 시댁 행사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는 건 말씀 안 드려도 잘 아시겠지요. 작년엔 가짜 팔 깁스를 검색하며 주문할까말까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이번엔 정말이지 차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에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부모님의 지나친 관심, 간섭, 잔소리는 계속될 테고 늘 그랬듯 저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돌아와 몇날며칠을 남편을 괴롭힐 거예요. 그러다 결국 크게 다투게 되겠지요.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하기가 싫습니다. 이젠 더 이상 “네, 네.”하며 속과 같이 다른 행동을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세요.

 

지난 9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으시다고요? 정말 오래 참으셨어요. 이번 명절에는 참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번 행동해 보세요. 첫 발을 내딛기가 어려울 뿐,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워진답니다.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이 시원한 명절을 보내게 될 거예요. 한번 용기내보세요.

 

저는 올해로 결혼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시아버님 생신 날, 저에게도 같은 증상(차 사고가 나서라도 시댁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상태)이 찾아왔어요. 작년엔 추석 명절과 아버님 생신이 나란히 겹쳐 있었어요. 추석을 지낸 그 주말에 시아버님 생신 상을 차려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추석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아버님 생신 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준비한 음식을 싣고 네 시간을 운전해 생신 상을 차려드리고 또 다시 네 시간을 운전해 돌아와야 했지요.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마음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이번 생신은 못 가겠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못해서 꾸역꾸역 음식을 장만했던 겁니다. 밤새 준비하고 새벽녘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은 안 오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온 몸이 활활 불타는 것 같았습니다. 이 마음 상태로 생신 상을 차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하며 설핏 잠이 들었는데, 여느 때처럼 시부모님께서 잔소리를 하셨고 저는 더 이상은 못 참고 그만 생신 상을 엎어버리는 꿈을 꿨습니다.

 

다음 날, 시댁으로 가는 길에 고가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멈췄습니다. 전진을 못하고 후진만 하는 상황! 견인차를 부르고 차를 맡기고 온 가족이 음식을 싸 들고 길거리에 서 있는 상황에서 남편은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서라도 아버님 생신 상을 차려드려야 한다고 했죠.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아이 둘을 데리고 머나먼 길을 다녀오긴 도저히 자신이 없었기에 무작정 아가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고 저렇고 하니 아가씨가 좀 챙겨 달라고요. 그리하여 작년 시아버님 생신은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아버님과 어머님, 아가씨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는커녕,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당장 차가 없어서 불편하고 차 밑으로 큰돈이 들게 생겼는데 피식피식 웃음까지 났습니다. 이제 8년 밖에 안 된 자동차도 고장이 나건만, 결혼 15년차 여자사람이 고장이 안 날 리가 있겠냐고, 고장이 안 나는 게 이상한 일 아니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한번 사정을 말 하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 큰 고장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말하고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예전에는 제삿날에 맞춰 앞 뒤 나의 스케줄을 조절했다면, 이제는 이러저러한 일정이 있으니 이번 제사는 참석이 어렵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용기를 내 첫 발을 내딛어 보세요. 그 다음 발걸음은 조금 더 쉬워질 거예요. 하늘은 무너지지 않고, 고부 관계가 다신 못 볼 사이가 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 보시길 바랍니다.

 

딸이 먼저 나서야 해요.

 

저는 딸만 있는 집 둘째딸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 아들, 우리 집 아들’하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그 말이 얼마나 부담스럽던 지요. 친정에서는 아들 노릇에, 시댁에서는 며느리라니 이중고가 따로 없습니다.

 

친정 제사가 늘 맘에 걸렸어요. 명절은 시댁과 겹치고 제사 때는 거리가 멀어서 친정까지 가서 일을 도울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래서 늘 제사를 없애자고 엄마, 아빠를 설득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제사를 안 지내면 큰 일이 날 것처럼 말씀하시면서 꿈쩍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재작년에 엄마, 아빠가 연달아 큰 수술을 두 번 씩 받으셨고, 그때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친정 제사를 전부 없앴습니다.

 

첫 해에는 친정 부모님께서 악몽에 시달리시며 불안해 하셨어요. 하지만 이젠 두 분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십니다. 아들, 며느리가 없으니까 명절에 찾아 올 사람도 없어서 서운하다는 말씀 안 들어서 좋고, 멀리 살아 못 찾아가는 딸 마음 불편하지 않아서 좋고, 긴 연휴 기간 동안 엄마 아빠 손잡고 여행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며느리가 제사를 없애자고 하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냐며 난리가 나겠지요. 딸들이 먼저 나서야 해요. 적어도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는 얘긴 안 들을 테니까요.

 

당신이 먼저 시작하세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답답했습니다. 할 말을 하지 못 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80년대생 여성의 삶이나 70년대생 제 삶이나 별 차이가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내 딸이 자라서 김지영 씨처럼 살게 되면 어쩌나 싶어 00년대생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인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돌아보면 40년대생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도 늘 똑같았습니다. “나 죽을 때까지만……, 나 죽고 나면 니들 알아서 해라!”였습니다. 나만 참으면 되지, 오늘만 참자 하는 마음으로 버텨왔기에, 40년대생 시어머니의 삶도 70년대생 제 삶도, 82년생 김지영 씨의 삶도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90년대생, 00년대생, 10년대생 이후의 모든 여성의 삶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용기 내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당신도 함께 하시죠.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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