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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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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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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2일 16시 20분 등록


숲에는 그 숲에 사는 생명들이 만들어가는 마땅한 길이 있습니다. 산사태로 불모지가 된 땅, 혹은 어떤 사연으로 폐허로 바뀐 땅에서도 반드시 다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그 길의 첫 번째 모습입니다. 폐허 혹은 불모지에서 먼저 삶을 시작하는 것은 보잘 것 없는 풀과 지의류, 이후 두해살이와 여러해살이 풀의 시대를 거쳐 관목류와 소나무류가 숲을 개척하게 되는 흐름으로 그 길은 이어집니다. 수십, 수백 년을 흐르며 숲은 음지를 견뎌내는 식물들에게 길을 내주면서 숲의 대동(大同)을 실현합니다. 숲은 스스로 푸르러질 줄 알고, 다양성으로 깊어지는 길을 만들어갑니다. 이루어낸 성과를 서로를 위한 풍요로움으로 나눌 줄 알며, 마침내 더 그윽한 향기와 소리와 공기로 채워지는 길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숲의 행보, 숲이 이루어내는 마땅한 모습입니다.

 

나는 숲과 같이 사람에게도 가야할 마땅한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공자는 그 길이 실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만 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까지 했습니다.(朝聞道 夕死可矣) 공자가 그리워한 그 인간의 길은 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요약될 것입니다. 공자는 가 흐르는 세상의 모습을 노인들은 편안하고 벗은 믿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세상(老子安之 朋友信之 小子懷之)’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느리게 동아시아의 고전을 살펴보고 있는 몇 년 동안 나는 자주 묻게 됩니다. 공자가 이미 25세기 전에 그리워했던 그 인간의 길, 有道의 세상이 지금까지 어떤 행보로 펼쳐져왔는가?

 

노인들은 안녕하신가? 아이들은 따뜻하게 품어지는 세상인가? 믿을 수 있는 벗은 넘치게 살아있는가?’ (공자가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여자에게 질투가 허용되고 참정권이 주어졌으며 사회적 진출과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함을 향해 더디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나가고 있는 모습 등)을 빼면 공자가 그리워했던 도가 흐르는 세상의 모습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외롭고 쓸쓸해지는 노인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장과 억압 사이를 오가는 교육 속에서 제 기질과 본성의 궤도를 제대로 따라 살지 못해 불행하다 고백하고 있습니다.(OECD 국가 중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불행감이 최고 수준이라지요?) 믿음으로 의지하고 서로를 북돋울 수 있는 벗의 관계는 이겨내야 하는 경쟁의 관계나 이해적 관계로 대치되고 있습니다.’

 

천지가 산이요 숲이어서 고개만 돌리면 숲이 보여주고 있는 자생의 길, 공생의 길, 향기로움과 다양성의 길을 살필 수 있거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루어가는 길은 왜 점점 無道하구나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요새 세상 소식이 너무 어지러워 숲의 길을 보다가 사람의 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떠한가, 사람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가?’ 자문하는 몇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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