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광주송정역 앞의 한 카페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광주와 화순을 오가는 날이 나흘째입니다. 방학을 앞 둔 선생님들과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일정을 소화하는 중입니다. 나는 평소 연결이 되어 있는 곳이면 주로 KTX를 이용하여 강연 장소에 가고 오는 편입니다. 경부선 KTX는 전용 노선이 있어서 예전부터도 빨랐고 그래서 이용이 편했지만 호남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반철도 노선과 KTX가 함께 달리는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와 별 차이가 없었지요. 하지만 봄에 KTX 호남선이 전용노선 공사를 마친 뒤로는 오송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불과 한 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이번 광주 소재 학교로 찾아가는 길은 그래서 더욱 빠르고 수월했는데, 화순의 한 리조트에서 몇 차례 해야 하는 강연은 이곳 광주송정역에서 다시 60km를 다른 방법으로 찾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어 난감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광주복합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이용하자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로감 역시 클 테고, 광주송정역에서 택시로 이용하자니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중에 누군가로부터 자동차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휴대전화에서 카 쉐어링 어플을 다운받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송정역 바로 앞에 자동차 공유 장소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용 가능한 석 대의 차 중에 한 대를 예약해보았습니다. 지정된 장소에 가서 차번호를 보고 차를 찾아 휴대전화로 문을 열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자동차 키를 찾지 못해 잠시 헤맸지만 금방 핸들에 매달아둔 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형차지만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 그리고 충전에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도 장착돼 있었습니다. 주행거리가 2천km도 되지 않는 새 차인데다 이전 사용자가 깨끗하게 이용해서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량에 비치된 신용카드로 기름을 보충한 뒤 원래 있던 장소에 차를 가져다 두었습니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문을 잠그자 휴대전화로 결제된 비용내역이 날아왔습니다. 내역을 보며 비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량 이용료는 시간당 몇 천원, 그리고 유류비를 포함해 1km당 3백 원이 되지 않는 실질사용료를 부담했습니다.

‘원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공유한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창의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존재했던 무엇을 해체하여 재배치하거나 재결합하는 것이 창의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이미 존재했던 자동차에 대한 소유개념을 해체하여 렌터카나 리스가 나왔을 텐데, 이것은 지극히 금융 자본적 코드가 주도한 창의였습니다. 그것은 실질 운행시간이나 거리보다 대개는 이용료를 더 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자동차 공유’는 거의 실질적 운행 수요를 뒷받침함으로써 이용자의 부담을 확 줄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서울에 사는 친구 한 명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평소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충교통을 이용하고 차가 필요할 때는 이 카 쉐어링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이 아이디어가 불러일으킨 편익은 단순히 이용자가 차량에 쏟아 부어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느꼈습니다. 즉 이 저렴한 이용료를 유지하면서 더 광범한 지역에서 자동차 공유가 일어나고 확산된다면 우리는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내가 여우숲에서 화순까지 승용차를 사용할 경우 왕복으로 길에 쏟아 부어야 하는 기름이 얼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몰고 수백 킬로미터를 운행하며 강연하는 날 나는 피로함을 얻고 기분도 찜찜했습니다. 찜찜함이란 에너지소비에 대한 죄의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차나 버스와 연계하여 역사나 터미널 주변에서 자동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주 이용하게 됨으로써 그 찜찜함마저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나는 참 좋은 창의를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