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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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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5일 11시 52분 등록

 

변경연, 신발끈을 묶다

- 2015년 총회 여행을 다녀와서 

 

나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의 3기 연구원입니다. 구 선생님과 1년 동안 공부했던 때가 2007년이니, 벌써 8년 전의 일이네요. 연구원들은 매년 봄마다 소풍 같은 총회 여행을 떠나고, 기쁨과 아쉬움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찾아드는 연말에는 송년회로 한 해를 갈무리합니다. 이제는 봄에 선생님 추모행사를 하니, 총회 여행은 가을에 떠납니다. 변경연에서는 지난 주말, 연구원들과 꿈벗이 모여 2015년 총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몇 명이나 참석할까? 많이 참석해야 하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연구원들은 이리 고민했을 겁니다. 적잖은 부담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나는 참여 인원수를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준비팀이 아니라 그랬겠지만, 선생님이 떠나신 후의 연구원 모습은 '촉소 존속'이라는 평소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존속은 어떤 현상이 계속되는 겁니다. 나의 관심은 우리가 지녀왔던 아름다운 것들을 잃지도 잊지도 않고 이어가는 일입니다.

 

중요한 물음이 떠오릅니다. '변경연이 계승하고 존속시켜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연구원들의 합의가 있어야겠지요. 우리의 개별성과 예전과는 달라진 현재성을 한껏 감안한 합의 말입니다. 선생님 떠나신 이후, 우리는 숨고르기를 해 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길을 걷다가 맞잡았던 듬직한 손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애도했고(2013년), 쉬었고(2014년), 생각(2015년)했습니다. (상징적인 연도이니 개인차가 있을 테고, 애도 쉼 사유 또한 유기적으로 진행되었겠지요.) 애도 쉼 사유 덕분인지 이번 총회는 지난 두 해와는 달랐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일년에 네 번 정도 연구원답게 함께 놀아보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곧 일어나 함께해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겠구나.' 이번 총회에서 했던 생각입니다. 잠시 앉아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신발끈을 묶은 (또는 매만진) 느낌입니다. 아마도 섬세한 방향 조정은 있을 테지요. 시간이 흘렀고, 멤버 구성이 바뀌었으니까요. 당장 힘차게 행진하게 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연구소 홈페이지만 봐도, 업데이트가 되는 메뉴는 '마음편지' 정도 뿐이고, 이런저런 행사와 프로그램들도 활발히 운영되지 못하니까요.

 

이것은 자조(自嘲)적인 고백이 아닙니다. 자조(自助)하기 위해, 다시 말해 발전을 위하여 주체적으로 애쓰기 위해 정직하고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을 진단하고 싶었기에 우리의 현실 하나를 되짚어 본 것입니다. 지금 변경연은 현실을 진단하고 액션을 취할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나는 연구원 대표도 아니고 이사회도 아니지만, 분명 어제 받은 느낌은 그랬습니다. 기실 나는 둘째날 마지막 행사인 '총회' 시간에 도착하여 고작 두 시간 남짓을 함께했을 뿐이지만, 달라진 변경연의 공기를 느끼기에는 두 시간으로도 족했습니다. (흥겨웠던 분위기와 의미 깊은 대화들을 모두 전해드리지는 못함은 아쉽고요.)

 

근거가 있냐고요? "앞으로 잘 해보자" 하고 연구원들이 으쌰으쌰 한 것도 아니고, 이런 마음을 돌아오는 길에 누구와 나눈 것은 아니니, 직접 들은 다수의 동의와 논리적 근거는 없습니다. 지금의 논의가 이심전심의 문제이긴 하나, 제가 이리 생각한 두 가지 근거가 있긴 합니다. 하나는 첫째날 밤의 분위기가 정겹고 따뜻했다는 전언입니다. 다른 하나는 총회 때 연구원들의 진지함입니다. 변경연 연구원들이 저마다 개성과 정체성이 강한데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방송에서 접하는 식자들의 답답한 토론회와는 다른 모습이었죠. 그들은 모두가 자기 주장만을 내놓아 의견들이 물리적으로, 개별적으로 공허하게 존재할 뿐입니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 돌덩어리들이 제각각 덩그러니 놓인 꼴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아갔습니다. 실험실에서 서로 다른 용액들이 섞여 새로운 용액으로 바뀌듯이 말이죠. 화학적 의견 교환일 뿐만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향하여 총체적으로 의견을 다듬어가는 토론이었습니다. 나는 우리의 회의 태도에 감동했습니다.

 

총회가 끝날 무렵 내게도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늦게 도착했지만 한 마디 해 봐. 늦었지만 오려고 한 이유라도." 다른 할 얘기가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주어진 물음(늦게 온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늦게라도 온다고 준비팀과 약속했기 때문이고요, 또 하나는... 제가 신입 연구원이었을 때, 일정을 마치고 늦게 참석하신 연구원 선배들을 보며 '여기에 뭔가 있긴 하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한 명이라도 저처럼 생각하실 신입 연구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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