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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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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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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5일 09시 27분 등록

우연히 연달아 읽은 책 두 권이 묘하게 닮았다. 한 사람은 100일 동안 남미를 바이크로 달렸고, 다른 사람은 자동차로 미국 서부를 횡단했다. 전자는 44세의 남자인데, 마흔넷에 인생을 두 동강 내기로 결심했다는 식으로 중년의 모진 통과의례임을 조목조목 짚었고, 후자는 50대를 시작하는 여자인데, 청소년기부터 품어 왔던 길에 대한 환상을 좇았을 뿐 나이듦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책도 중년의 메마름을 이기기 위해 설레임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읽었다. 공들여 만들어간 30장의 CD에서 울려 퍼지는 추억의 팝송이, 그녀가 함구한 지난 날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불러 일으킨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짐과 사람 무게까지 합하면 400Kg에 달하는 오토바이는 속도를 낼 때는 괜찮지만 조금만 주춤거리면 여지없이 넘어갔다. 그것을 일으켜세우느라 손목이 나가고, 부서진 부품을 고치느라 피가 말랐다. 오토바이로 강을 건너다 모래밭에 파묻히기도 하고, 돌무더기를 피하지 못해 줄 끊어진 연처럼 몸 따로 오토바이 따로 날아올라 쳐박히기도 한다.


 

여자 역시 <황야의 결투>에서 헨리 폰다가 소떼를 몰며 질주하던 곳을 달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렌터카가 고장의 기미를 보여 차를 바꾸고, 길을 잃기도 하고, 몸살로 사흘을 꼬박 앓기도 한다. 하늘에서 땅으로 거대한 번개가 내리꽂히는 것이 고스란히 보이는 평원에서 폭우 속을 뚫고 가는데 바로 앞에 달리던 운전자가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코앞에 멈춰선 적도 있다.


 

그러나 위험한 도로일수록 자연은 아름다웠고, 어려움을 관통했을 때 느끼는 쾌감도 컸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하늘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청량한 대기를 맛보며, 시속 160Km로 질주하는데, 정말이지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밖에 없다고 상상해 보라. 돌연 유체이탈이라도 하여 광대한 우주를 표류하는 지구와 그 별 위를 도도하게 달리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마침내 남자는 이 별의 주인은 나!”라고 외친다.


 

여자에게도 사막과 벌판과 바위산과 계곡, 인디언 마을과 선인장과 모래언덕을 지나, 태양과 구름과 비와 바람을 따라 달려온 4천 킬로미터의 기록은 커다란 감격을 주었다.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썼고, 그러면서 마냥 행복하고 넉넉해졌다. 가슴이 터질듯 뿌듯하게 나를 축하하는 절정경험이 우리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닐까

 

 

<낭만바이크>의 저자 허 민은 말한다.


연습 게임도, 연장전도 없는 인생, 한판 승부로 끝나버리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지금 다시 돌아가서 후회스럽던 모든 것들을 돌이키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 내 인생을 나눌 수는 있다. 마흔넷까지의 내 인생은 1막이었다. 이제 이 여행으로 내 인생의 제1막을 끝내고, 나는 새로운 제2막을 살면 되는 거다. 이 여행은 내 인생의 막을 내리고 올리기 위한 훌륭한 통과의례가 될 것이다. 이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후루룩 넘어가며 경계도, 구분도 모호한 채 늙어갔을 것이다. 이 여행은 내가 새로 살아갈 꿈을 찾아낸 구원의 여정이었다.”

 

 

<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의 저자 김영주는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산타모니카에 도착했을 때, 거짓말처럼 운명처럼 차에서 흘러나온 닐 영의 하트 오브 골드를 듣고 눈물을 펑펑 흘린다. 그 노래는 저자가 열 다섯 살에 생애 최초로 접했던 팝송이었다.


 

나는 살고 싶어요. 남에게 베풀고 싶어요.

나는 순수한 마음을 찾으려는 광부로 살아왔답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이 때문에 계속 순수한 마음을 찾아 헤매고 있답니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할리우드에도 가 봤고, 레드우드에도 가 봤죠.

순수한 마음을 찾아 바다를 건너왔죠.

난 계속 생각해 왔답니다. 그것은 바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이 때문에 계속 순수한 마음을 찾아 헤매고 있답니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중년은 삶의 전제 자체가 뒤집어지는, 인생 최대의 전환기라고 한다. 도전이 거세면 거기에 상응하는 반응도 요란한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것이 삶의 무늬가 되기도 하고, 어쩌면 더 거셀지도 모를 인생 후반전의 광풍을 견딜 저력을 준. 누구나 이들처럼 전적인 모험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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