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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3년 2월 8일 10시 23분 등록

 

유후인에는 눈이 내립니다. 봄바람이 불어 수직으로 내리지 못하고 옆에서 휩쓸리듯이 분분히 날립니다. 제법 많이 내리지만 이미 봄이라 눈은 쌓이지 못합니다. 그저 긴 겨울 내려 쌓였던 길가 눈더미 위에서 잠시 긴 여정을 회상하듯 휴식을 취하는 듯 합니다.

우리는 유후인의 한 료깐에 머물렀습니다. 그들은 영어를 못하고 우리는 일본어를 못하지만 어찌어찌 그럭저럭 몇 마디 단어들과 손가락 몇 개로 의사전달이 됩니다. 처음에는 답답하더니 나중에는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시시한 퍼즐 게임보다 재미있습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노천 온천에 들어가 눈 내리는 오후 숲 속에서 홀로 목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한 상씩 받았습니다. 칠순에 가까워 가는 여인이 익숙한 몸짓으로 시중을 듭니다. 수 십년간 몸에 맨 듯한 절도와 완숙함이 돋보입니다. 식사가 끝날 때 까지 십 여번이나 우리가 묵은 별채를 오가는 그 여인에게 이 식탁의 시중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겠지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미 다 자라 자신의 가정을 가지게 되었겠지요. 그리고 또 아이들을 키우겠지요. 자식들은 아직도 일하는 이 노모 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졌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물어보지 않았으니까요.

 

저녁에 일찍 잠들기를 바랐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기분 좋은 여독이 나를 잠속으로 휘감아 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자정에 가까워지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등이 너무 아픕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더욱 심해진 것이지요. 자정이 가까웠지만 다시 노천탕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갔습니다. 기분이 좋아지고 등이 펴집니다. 비로소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한 가운데 뜬 보름달이 너무도 곱습니다. 잎이 다 진 나목의 가지 사이로 달은 천사와 같고, 달빛에 스러지지 않은 별들도 청명한 겨울하늘 위에서 나를 내려다 봅니다.

 

 문득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사께 몇 잔을 마시고 깊은 잠들어 나를 부럽게 했던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했을 이 아름다운 광경에 내가 이 밤에 깨어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혹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고통 속에서 볼 수밖에 없는 불행한 존재들인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숨막히게 아름다운 것일 때도 있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료깐의 응접실에 잠시 앉아 있었습니다. 창호지와 유리문 사이로 달빛이 따라 들어옵니다. 커다란 괘종시계가 오랜 옛날 소년 시절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고 나무 기둥에 기대어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니 그 은밀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나를 황홀하게 합니다. 그렇게 그 밤이 깊이 기울고 나는 방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새벽녘에야 겨우 깊이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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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13:59:29 *.11.178.163

사부님, 온천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이네요. 잘 다녀오세요~!!! 새벽녘이긴 하지만, '깊이' 잠드셨다니, 다행이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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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7 20:46:36 *.202.5.30

많이 아파요?
 아프지 마세요. 더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참 많아요.
 또 봄이 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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