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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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자주 가시는지요? 우리나라 사람, 그 중에서도 직장인이라면 이래저래 이따금 타인과 어울려 가게 되는 곳이 노래방이지요. 오래 전 경험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은 술을 몇 잔 걸치고 흥을 돋우며 노래하고 노는 분위기가 연출되지요. 가시면 어떤 노래를 주로 부르시나요?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지요? 언제고 자신 있게 부르는 노래 몇 곡쯤은 가지고 계신지요?
나는 노래방을 가서 함께 노는 것을 참 힘들어하던 사람입니다.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없었지만, 주변 권유에 마지못해 부르게 되는 곡도 느리고 심지어 애잔하기까지 하니 참 난처했습니다. 심지어 괜히 함께 간 사람들의 흥을 깨는 것 같아 종종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노래방에 가면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틀고 앉아 그곳에 있는 동안 일행들 속에서 내 존재가 잊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음주를 하면 가무를 거쳐야 하는 것이 정형화된 패턴처럼 유지되는 분위기에서 나는 음주도 가무도 즐기지 못하니 그 순간들이 참으로 불편하고 버거웠습니다. 숲으로 떠나올 때쯤 과거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왜 그런 특성을 지닌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타고난 몸과 내향적 기질 탓도 있지만, 그렇게 길들여진 측면 역시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가무에 대해 그것은 경박한 행위라고 훈육 받아온 영향이야말로 나를 흥에 대한 불구로 만들었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내가 노래를 꺼리는 치명적인 이유는 내 목소리 탓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므로 노래를 참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노래방에서는 그 목소리가 치명적 약점이 됩니다. ‘고음불가!’ 그렇습니다. 내 목소리는 높은 음역대에 닿지 못합니다. 경험상 내게 가장 적당한 음높이의 노래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정도입니다. 그 낮은음의 연속이 내게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 내가 좋아하는 고음이 섞여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고 힘껏 소리도 지르고 싶지만 이내 그것이 얼마나 큰 민폐인지를 번번이 절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숲에 들어와 살고부터는 노래방 갈 일이 거의 없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노래를 부르는 편입니다. 특히 땀 흘리는 일을 하고 샤워를 할 때 나는 콧노래로 시작했다가 목청이 터지도록 홀로 노래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모습을 즐겨왔습니다. 그리고 알아채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노래를 딱히 잘하지 못하는데도, 고음역을 그리 잘 소화하지 못하는데도, 춤을 그렇게 잘 추는 사람이 아닌데도… 누군가의 노래와 춤은 참 맛있고 보기에 좋다는 것. 그 사람 노래와 춤의 맛이 바로 그것이었음을 알아챈 것입니다. ‘아- 그 사람, 그렇게 노래하고 춤추었던 것이구나. 제 안에서 터져 나오는 길들여지지도 왜곡되지도 않은 제 욕망, 제 흥으로!
내 삶의 지향이 그러하듯 언제고 나의 노래도, 나의 춤도 그런 날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방 가본지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언제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노래방에 갈 일이 있다면 이렇게 노래해 볼 작정입니다. ‘노래하리라! 샤워기 아래서 홀딱 벗고 물을 맞는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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