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282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7월 3일 10시 01분 등록

지리산 구룡계곡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지리산의 숲이 토하는 녹음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어느 숲이든 그렇습니다. 숲에 사는 나무들은 스스로 푸르러질 줄 압니다. 인간들 잡초라고 부르는 풀도 스스로 꽃 피울 줄 압니다. 새 역시 스스로 날고 제 스스로 삶을 꾸릴 줄 압니다. 지렁이와 개미, 거미와 나비, 나방과 지네조차 모두 제 힘으로 살 줄 압니다. 그래서 그 생명들 모두 위대합니다. 동시에 그래서 숲은 인간에게 스스로 사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그 가르침을 마주할 눈만 열면 됩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부터 무엇을 향해 욕망과 꿈이 뻗어가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꽃이 피고 어떻게 해야 열매를 맺으며 어떻게 해야 내 하늘을 열 수 있는지 그 비밀스러운 사태를 꿰뚫어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사태를 꿰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벌리면서도 삶의 시절 시절마다를 놓고 쩔쩔매는 우리 삶이 한결 간단해집니다.

가르침 마주할 눈을 뜬 사람은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만 마주해도 알 수 있습니다. ‘, 삶이 얼마나 불완전하게 시작되는 것인가?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하는 삶이 어디에도 없구나. 삶이 본래 불완전한 것이구나!’ 그 사태 깊이 터득하고 나면 그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분투하는 것이 모든 생명 본래의 과제요 욕망임을 알게 됩니다. 삶의 본질 중 하나가 결국 자기극복의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조금 더 깊게 눈을 열어 숲을 마주하면 삶의 더 깊은 본질이 확하고 다가서는 날이 찾아옵니다. 생명 하나하나마다 품은 눈물겨운 도전(challenge)’을 보게 됩니다. 삶의 본질 중 하나가 자기극복을 위한 끝없는 도전임을 알아채게 됩니다. 또 그 도전 속에 생명들 저마다 얼마나 많은 창조(creation)’의 과정과 결과를 품어 이루어내고 있는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삶이 곧 창조여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지금 산하 곳곳의 숲 가장자리에서 좁살처럼 작은 희거나 연보라 빛 품고 촘촘하게 피어나는 산수국 한 포기만 마주해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녹음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피워낸 하얀 빛깔 헛꽃이 얼마나 위대한 창조인지.

 

험한 숲 세상에서 살아남고 또 자기 결실 이룬다는 것은 모두 그렇게 눈물겹습니다. 모든 생명의 생존은 그래서 눈물겨운 감탄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람의 삶이 어찌 오직 살아내고 제 꽃 하나 피우는 데만 그 목적이 있겠습니다. 더 깊고 충만한 삶, 나아가 숭고한 삶에 닿을 때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 되지요. 그래야 비로소 그것을 인문이 넘실대는 세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풀이나 나무 짐승과 달리 인간에게는 우리 인간만이 가진 지향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동시에 숲으로부터 배워야 할 공동체적 가치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어서 우리 보다 먼저 숲이 이루어 오고 있는 함께 깊어질 줄 아는 숲의 공동체적 비밀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또한 여건이 되면 우리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충만한 삶에 대한 나의 단상도 담아볼까 합니다.

IP *.125.12.13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76 서른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토크쇼 재키제동 2016.01.01 1567
1975 최고의 지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연지원 2016.01.04 1345
1974 새해 첫날, 접촉사고의 추억(!) 차칸양(양재우) 2016.01.05 1507
1973 가슴 철렁하게 부러운 한 명석 2016.01.06 1376
1972 변화의 근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용규 2016.01.07 1567
1971 서른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용기 재키제동 2016.01.08 1768
1970 마흔아홉, 넥타이를 풀다 1 [2] 書元 2016.01.09 1434
1969 애들러의『평생공부 가이드』단상 연지원 2016.01.11 1482
1968 성과 연봉제, 동기부여를 위한 최선인가요? 차칸양(양재우) 2016.01.12 1515
1967 해질 무렵 돌아보니 생각나는 사람 한 명석 2016.01.13 1354
1966 너는 아름답게 살고 있느냐? 김용규 2016.01.14 1269
1965 서른일곱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그녀 재키제동 2016.01.15 1304
1964 거울과 창문을 닦는 휴일 연지원 2016.01.18 1542
1963 연말정산 속살 들여다보기 차칸양(양재우) 2016.01.19 1481
1962 느티나무, 이토록 섹시한 도서관이라니! 한 명석 2016.01.20 1361
1961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김용규 2016.01.21 1379
1960 서른여덟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꿈찾기 재키제동 2016.01.22 1408
1959 마흔아홉, 올레 길을 걷다 2 書元 2016.01.23 1359
1958 책, 세심하게 읽지 마라 연지원 2016.01.25 1294
1957 12분 동안 50개의 핫도그빵을 먹으려면? file 차칸양(양재우) 2016.01.26 1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