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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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떤 날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날입니다. 이 말이 머리 속을 스쳐갈 때면 오늘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일이 바쁘거나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하루를 해야만 하는 일로 꽉 채워서 보내고 나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지난 시간이 원망스럽습니다. 내일은 잘해 보리라 마음을 먹지만 오늘과 똑 같은 일이 이어지면 결국 주말로 하고 싶은 일은 넘어갑니다. 주말도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요즘 제일 하고 싶은 일은 그 동안 미루었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입니다. 문제는 책을 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 일하는 사무실은 보안 때문에 인터넷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컴퓨터에 쓴 글을 외부로 전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일을 하다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써봤자 다시 타이핑을 해야 수고로움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내서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쓸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이것저것 잠시 소일하다 보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 옵니다. 이른 아침에는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 때문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선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료라도 수집하면 좋을 텐데 스마트폰으로 하기에는 답답합니다. 스마트폰은 심심풀이 이상의 활용은 어렵습니다. 글쓰기를 계속 고민하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째, 인터넷이 먹통인 사무실에서는 글의 메시지와 글의 얼개를 고민하여 간단히 적어 놓고 글을 쓸 때 활용하자. 둘째, 글은 스마트폰을 옆으로 누워서 오타를 무시하고 집중해서 초안을 쓰자. 다듬고 수정하는 것은 별도로 시간을 내보자.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이 축복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방도는 있는 법입니다. 제 글쓰기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쓰는 것보다 시작과 끝을 정하고 써야 잘 써집니다. 일하는 짬짬이 쓸 거리의 처음과 끝, 그리고 간단한 골격을 잡아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단박에 글을 써봅니다. 이번 주에 처음으로 시도를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썼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상황 탓에 미루었던 일을 반성합니다.
지난 주말에 천안에서 후배 연구원들과 1박 2일 수업을 함께 했습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연구원들이라서 중간에 몸을 쓰고 교감하는 동적인 수업을 잠시 했습니다.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이 눈을 감은 다른 한 사람을 인도하면서 캐논 변주곡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눈을 감은 5분의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차츰 상대방에게 몸을 맡기면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하고 평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첫 날을 보내고 다음날 우리는 아점으로 매운탕과 어죽을 먹고 이충무공의 묘소를 방문했습니다. 너무 피곤하여 일찍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이내 제 마음은 충무공으로 가득했습니다. 막걸리 한잔을 따른 후에 큰 절을 하고 난중일기를 떠올리며 인간 충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활을 쏘며 싸움을 준비했던 사내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삶의 전의가 서서히 타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를 하는 순간 버려져 있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극적인 순간을 만나게 되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할 때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용기’와 ‘우연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 지난 5월에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을 출간했습니다. 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떠나기 3년 동안 준비해야 할 내용을 제시한 에세이같은 실용서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책의 자세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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