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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 07시 31분 등록

세상에는 수많은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초딩들도 알고 있는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적금에서부터 시작하여 주식, 채권, 펀드, 보험, MMT, MMF, CMA, ELS, DLS, ELW, ETF 등등. 꽤 많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건 그저 빙산의 꼭지에 불과하다는 사실!

 

금융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돈(숫자)을 끌어들여야만 수수료와 같은 지속적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유사한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힘든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 바로 파생상품(Derivatives)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이 파생상품은 현대 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랄까요. 산수를 수학으로 만들어준 개념이라 보면 적당할 듯 싶은데요, 먼저 정의부터 알아보죠.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으로, 상품 가치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으로부터 파생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파생상품’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의부터 만만치 않죠? 조금 쉽게 풀어보죠. 파생이란 어원부터 알아보면, ‘파생(派生)’이란 사물이 어떤 근원으로부터 갈려 나와 생긴 것을 말하는데요, 즉 가장 기초적인 금융상품으로부터 가지치기 되어 나온 상품을 파생상품이라 보시면 됩니다.

 

기초적인 금융상품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은행의 예금, 적금 그리고 대출상품들이 있습니다. 또한 주식이나 채권도 포함할 수 있고요. 이런 기초상품에 변형을 가해 마치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파생상품입니다. 지난번 마음편지에서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해 말씀드렸었는데요, ELS가 바로 파생상품의 한 종류입니다. 즉 주식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변동에 따라 가격이 변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못해도 ELS의 수만 1,000개는 족히 넘을 겁니다. 주가만 기초자산으로 할 필요는 없겠죠? 금, 은, 비철금속, 원유, 각종 곡물류의 가격 등도 기초자산으로 하여 상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환율, 금리, 선물지수, 신용도, 거기에 더해 날씨까지 가격이나 수치가 변동되는 모든 것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파생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품을 DLS(파생결합증권, Derivative Linked Securities)라 부르죠.

 

자, 이런 파생상품들은 솔직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품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일반 금융상품을 한, 두 번 이상 꼬고 비틀어 만든(좀 있어 보이려면 콜옵션 매수/매도, 풋옵션 매수/매도를 활용한다고 말하죠) 상품이기 때문이죠. 또한 이런 파생상품으로 일반인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상품보다 높은 수익률로 유인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주머니 돈을 털어서라도 가입할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파생상품의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두 눈 크게 뜨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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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마음편지에 소개한 ELS 상품(윗그림 참조)은 홍콩H지수와 코스피200지수 모두 가입시점 대비 60%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31.2%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홍콩H지수가 반토막나며 녹인(Knock In)지점을 터치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가입시점 대비 85% 이상되어야만 해당 수익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죠. 여기서 한번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두 지수가 3년 내내 6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그 언저리(예를 들어 65~80% 수준)에서 움직이다 만기를 맞이했다고요. 그럴 경우 ELS를 판매한 증권사에서는 모든 고객에게 31.2%의 이자를 지급해야만 합니다. 당연한거겠죠?

 

자 그렇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 이자를 마련할까요? 요즘과 같은 완전 저금리 시대에 어떻게 30%가 넘는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걸까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한 후 그 상품에 대해 헷지(Hedge)란 것을 해 놓습니다. 헷지란 한마디로 리스크를 회피할 목적으로 서로 상쇄되는 거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친구들과 월드컵 축구 내기를 합니다. 대한민국 VS 스페인인데, 저는 대한민국의 승리에 만원을 걸었습니다. 이 경우 이기면 만원을 벌지만, 지면 만원을 잃게 되죠. 이때 만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헷지를 하면 됩니다. 반대의 경우, 즉 스페인의 승리에도 만원을 걸어놓으면 이기든, 지든 리스크는 헷지가 되는겁니다. 이해되시죠?

 

증권사가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리스크를 헷지함으로써 증권사에서는 상품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헷지도 2가지의 이유에서 100% 완벽하게 하기는 어려운데요, 하나는 헷지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상품 구조에 딱 맞는 헷지를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100% 헷지가 아닌 상품이나 주식시장 등의 변화에 맞춰 70~90% 수준의 헷지만을 하는겁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증권사 입장에서도 약 10~30% 수준은 리스크를 안고가는거고요. 증권사에서 헷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잘 했다면 만기시 고객에서 31.2%의 고수익을 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조금의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건 바로 증권사의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태에서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홍콩H지수가 급락하여 60% 밑으로 터치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럴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보장을 해줄 의무가 없어지고, 손실은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게 될테니까요. 물론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수는 아니지만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만기일 전에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대량 매도, 일부러(?)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고객에게 손실을 안도록 한 일이 몇 번 있었죠. 고객은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요. 나쁘죠?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헷지(유식한 말로 ‘델타헤지’라 하죠)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액션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헷지는 자금운용상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긴 합니다.

 

어찌보면 파생상품은 금융 자본주의 시대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형, 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한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최근 파생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주로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합니다. 통계와 확률 그리고 수많은 조건들을 계산하여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파생상품들은 이미 우리의 곁에 다가와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주겠다며 말이죠. 사실 제대로 된 투자를 위해서는 이런 파생상품의 구조나 특징, 장단점까지도 제대로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확실한 투자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토록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파생상품들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하더라도 끝이 없을 것 같지 않나요?

 

금융상품,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공부는 각자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이야기하는 상품의 이면에는 반드시 그와 상반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그 리스크를 모른 채 투자해 손실을 봤다 할지라도 그 손실은 본인 책임이 된다는 것도요. 그러니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파생상품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면 아예 투자할 생각조차 하지 마시라고요. 묻지마 투자가 한두번 성공한다 할지라도, 나중에 크게 한번 깨지게 되면 그 손실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테니까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2008년 세계를 금융위기의 공포에 빠뜨렸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CMO(부채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란 상품 또한 파생상품이었다는 것,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출간소식> 『성공하는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 박노진 지음(공저)
변화경영연구소 1기 박노진 연구원의 네 번째 책 『성공하는 식당에는 이유가 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박연구원은 ㈜마실푸드를 운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외식 관련 서적 탐독, 대박음식점 벤치마킹, 끊임없는 메뉴 실험 및 개발을 통해 한정식의 대중화와 한식의 세계화에 집중한 외식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슬로푸드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 하네요. 식당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07067

 

2. <출간소식> 『명상록을 읽는 시간』, 유인창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4기 유인창 연구원이 자신의 세 번째 책인 『명상록을 읽는 시간』을 출간했습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으며 자신의 명상록을 적어 내려간 내용이라고 하네요. 순응, 선택, 평온, 관계, 변화를 주제로 한 그의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24/goods/24215690?scode=029

 

3. <1인회사 연구소> 4주간 자기경영 워크숍 모집
변화경영연구소 5기 수희향 연구원이 운영하는 <1인회사 연구소>에서 4주간의 자기경영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평생고용이 불가능해진 현재, 회사를 떠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1인 지식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수희향 연구원이 같이 고민하여 해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밥을 해결할 수 있는 1인 지식기업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www.bhgoo.com/2011/806292

 

4.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책 쓰기 과정 모집
변화경영연구소 2기 한명석 연구원이 운영하는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책 쓰기 과정 9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풍류’와 ‘나이듦’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공저과정도 있다고 하네요. 책쓰기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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