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320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2월 11일 08시 02분 등록

좋아하는 노래가 생겼습니다. 가수 김광석 씨가 부른 ‘맑고 향기롭게’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법정 스님을 떠올렸습니다. 노래 제목이 스님의 삶의 철학인 ‘맑고 향기롭게’와 같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맑아지면서 그 자리에 법정 스님이 보였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의 가사 가운데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도 너를 느낀다 작은 설레임으로

어둔 곳에서 너만은 변함이 없구나

네 숨결이 널리 내게로 들려올 것 같으니

진정 너의 그 향기는 날개가 있구나

 

말없이 넌 말하지 더욱 같이 하는 걸

조금씩 날 물들이지 더욱 너를 닮도록

은은한 네 마음결 따라 피어오는 꿈속에

맑고 또 향기로움이 멀리 있진 않구나

 

나중에 알았습니다. 음악인 노영심 씨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를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김광석 씨는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시작하는 날 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4집 음반에도 담았습니다. 그는 법정 스님을 “가만히 옆에만 계셔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불렀으니 내가 노래를 들으며 법정 스님을 떠올린 것도 무리가 아니고, 내 마음이 맑아진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문득 한달 쯤 전에 다녀온 불일암(佛日庵)이 떠오릅니다. 불일함은 법정 스님이 17년 간 머문 공간으로, 그의 삶에서 특별한 자리입니다. 스님의 속가제자이자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의 저자 정찬주 선생은 말합니다.

 

“수행자로서 법정 스님의 원숙기는 불일암 시절이라고 다들 평가하고 있다. (...) 불일암 위채나 아래채, 돌계단이나 채마밭, 우물, 후박나무와 태산목 등은 스님의 손길이 닿아 스님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 있는 유산들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구가 ‘법정 스님은 어떤 분이가’라고 묻자 ‘법정 스님은 불일암이다’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

 

불일암은 스님이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일군 공간입니다.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런 곳을 나는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컴컴한 밤이 되어 도착해서 짧게 머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은 아쉬움을 나는 김광석 씨의 ‘맑고 향기롭게’를 듣고, 스님의 책을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법정 스님은 2008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에서 행한 법문에서, 산중에서 홀로 지내는 자신의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주고 있는 맑은 복’ 네 가지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스승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 ‘입이 출출하거나 무료해지려고 할 때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자신이 ‘굳어지려고 할 때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 그리고 자신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스님은 이 네 가지가 스스로를 나날이 새로울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권합니다. “자신의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 주고 있는 맑은 복이 몇 가지나 되는지 한 번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과 삶을 맑게 해주는 복, 내 둘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법정 스님처럼 네 가지가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책입니다. 특히 법정 스님을 비롯한 내 마음속 영웅이 쓴 책. 두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글쓰기. 또 하나는 서재입니다. 좋아하는 책이 있고, 자유롭게 사유하고 글을 쓰는 공간. 네 번째는? 비밀입니다. :)

 

20140121-1.jpg 

정찬주 저,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열림원, 2011년 3월

 

* 안내 : 자기경영아카데미 3월 강좌 ‘강의력’ 안내 (3월 4일 개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2014년 상반기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주제로 글쓰기, 필살기, 강의력 등의 실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강좌입니다. 3월 자기경영아카데미는 ‘강의력’을 주제로 자기경영 작가이자 천 번의 강의 경력을 가진 이희석 연구원이 진행합니다.

   - 강좌 소개 : http://www.bhgoo.com/2011/605523

 

IP *.34.180.24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76 저 꽃이 선(善)이요 진(眞)이며 미(美)인 까닭 김용규 2016.05.26 1243
1875 쉰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네번째 토크쇼 재키제동 2016.05.27 1403
1874 중년 부부 사랑 재생법, 5편(마지막) 차칸양(양재우) 2016.05.27 1836
1873 마흔아홉, 내가 있습니다 書元 2016.05.28 1441
1872 사진이랑 많이 다르네요 연지원 2016.05.30 1413
1871 '저축의 패러독스', O or X? file 차칸양(양재우) 2016.05.31 1393
1870 사라지는걸 인정하면 엄한데 힘주고살지 않는다 한 명석 2016.06.01 3607
1869 내가 제수리재에 서는 날은 김용규 2016.06.02 1449
1868 쉰일곱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책임 재키제동 2016.06.03 1574
1867 마음의 전쟁을 그치려면 로이스(旦京) 2016.06.06 1335
1866 에곤 실레의 이루지 못한 꿈, <가족> file 차칸양(양재우) 2016.06.07 4223
1865 그냥 행복한것과 책을 써서 행복한것 한 명석 2016.06.09 1125
1864 절박한 놈들의 향기 김용규 2016.06.10 1230
1863 쉰여덟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좋아하는 일 [2] 재키제동 2016.06.10 1440
1862 마흔아홉,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書元 2016.06.10 1299
1861 멋진 글쟁이, 좋은 사람 연지원 2016.06.13 1235
1860 사상 최저 기준금리 인하 조치, 어떻게 봐야 할까요? [2] 차칸양(양재우) 2016.06.14 1182
1859 삶은 어디에 있는가? 한 명석 2016.06.15 1327
1858 쉰아홉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혼자 있는 시간 재키제동 2016.06.17 1667
1857 생고생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인생이 드라마틱해진다 차칸양(양재우) 2016.06.21 1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