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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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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1일 08시 02분 등록

좋아하는 노래가 생겼습니다. 가수 김광석 씨가 부른 ‘맑고 향기롭게’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법정 스님을 떠올렸습니다. 노래 제목이 스님의 삶의 철학인 ‘맑고 향기롭게’와 같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맑아지면서 그 자리에 법정 스님이 보였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의 가사 가운데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도 너를 느낀다 작은 설레임으로

어둔 곳에서 너만은 변함이 없구나

네 숨결이 널리 내게로 들려올 것 같으니

진정 너의 그 향기는 날개가 있구나

 

말없이 넌 말하지 더욱 같이 하는 걸

조금씩 날 물들이지 더욱 너를 닮도록

은은한 네 마음결 따라 피어오는 꿈속에

맑고 또 향기로움이 멀리 있진 않구나

 

나중에 알았습니다. 음악인 노영심 씨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를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김광석 씨는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시작하는 날 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4집 음반에도 담았습니다. 그는 법정 스님을 “가만히 옆에만 계셔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불렀으니 내가 노래를 들으며 법정 스님을 떠올린 것도 무리가 아니고, 내 마음이 맑아진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문득 한달 쯤 전에 다녀온 불일암(佛日庵)이 떠오릅니다. 불일함은 법정 스님이 17년 간 머문 공간으로, 그의 삶에서 특별한 자리입니다. 스님의 속가제자이자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의 저자 정찬주 선생은 말합니다.

 

“수행자로서 법정 스님의 원숙기는 불일암 시절이라고 다들 평가하고 있다. (...) 불일암 위채나 아래채, 돌계단이나 채마밭, 우물, 후박나무와 태산목 등은 스님의 손길이 닿아 스님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 있는 유산들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구가 ‘법정 스님은 어떤 분이가’라고 묻자 ‘법정 스님은 불일암이다’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

 

불일암은 스님이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일군 공간입니다.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런 곳을 나는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컴컴한 밤이 되어 도착해서 짧게 머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은 아쉬움을 나는 김광석 씨의 ‘맑고 향기롭게’를 듣고, 스님의 책을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법정 스님은 2008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에서 행한 법문에서, 산중에서 홀로 지내는 자신의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주고 있는 맑은 복’ 네 가지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스승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 ‘입이 출출하거나 무료해지려고 할 때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자신이 ‘굳어지려고 할 때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 그리고 자신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스님은 이 네 가지가 스스로를 나날이 새로울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권합니다. “자신의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 주고 있는 맑은 복이 몇 가지나 되는지 한 번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과 삶을 맑게 해주는 복, 내 둘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법정 스님처럼 네 가지가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책입니다. 특히 법정 스님을 비롯한 내 마음속 영웅이 쓴 책. 두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글쓰기. 또 하나는 서재입니다. 좋아하는 책이 있고, 자유롭게 사유하고 글을 쓰는 공간. 네 번째는? 비밀입니다. :)

 

20140121-1.jpg 

정찬주 저,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열림원, 2011년 3월

 

* 안내 : 자기경영아카데미 3월 강좌 ‘강의력’ 안내 (3월 4일 개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2014년 상반기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주제로 글쓰기, 필살기, 강의력 등의 실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강좌입니다. 3월 자기경영아카데미는 ‘강의력’을 주제로 자기경영 작가이자 천 번의 강의 경력을 가진 이희석 연구원이 진행합니다.

   - 강좌 소개 : http://www.bhgoo.com/2011/6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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