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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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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8일 21시 15분 등록

2013년이 3일 남은 날 저녁입니다. 달랑 3일 남았기 때문에 해를 넘기지 말아야 할 일을 마쳐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이 분주합니다. 숨은 턱에 찹니다. 하지만 12월 달력을 뜯기 전에 마무리할 일, 봐야 할 사람, 걸어야 할 전화, 가야할 곳,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남겨두면 마음의 빚이 되고 짐이 될 것들입니다. 그걸 지고 새 해로 건너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강물을 건너듯 분리하고 싶습니다. 활활 불에 태워서 재로 만들어 거름으로 썩게 하고 싶습니다. 당신께도 그런 게 있으신가요? 무사 마침 하실길 기원드립니다.

 

오늘 오전에 저는 며칠동안 골몰하던 일정을 댕강 취소했습니다. 그 잡동사니가 치워지자 갑자기 저는 연말 분위기에 젖었습니다. 황학동 골동품 거리를 쏘다니며 구경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래 미뤄둔 점심약속을 바로 잡았어요. 반주를 곁들여 땀을 흘리면서 순대국을 같이 먹고 사무실로 가서 메밀차를 마시면서 석유난로를 피워놓고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봄여름가을 세 계절을 미룬 밥 먹는 약속이었어요.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저녁참에 일어났습니다. 소면을 삶고 애호박과 당근 고명을 볶아서 잔치국수를 말아 먹었어요. 시어머님의 전라도식 깊은 김치와 엄마의 경상도식 시원한 김치 중에서 경상도식 김치를 꺼냈어요. 두 김치통이 올해 저한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민주노총 철도 민영화 반대하는 집회에 간 이는 돌아오지 않고 있구요. 직장에서 실어온 식물들에게 비료 알갱이를 한 꼬집씩 뿌려 주었어요. 동백 몽오리에 붉은 빛이 도는데 햇빛이 잘 안 들어서 꽃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서는 이렇게 오전에 보냈어야 할 마음편지를 초치기로 쓰고 있지요.

 

감사와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할 이름을 몇 개 기억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보다 쉽습니다. 올해는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미룹니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탓입니다.

 

당신께도 감사드릴 일이 있습니다. 마음편지를 쓰면서 저는 진짜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 분이 넘는 이들이 읽으실 메일을 쓰는 건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쫄았고 즐거웠습니다.

 

헤어짐은 어렵습니다. 떠남도 어렵습니다. 끝도 어렵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헤어지는 시기, 떠나는 시기, 끝의 시기입니다. 잘 헤어지고, 잘 떠나고 잘 끝맺고 싶습니다. 그럴 때만 새로운 시작이 있겠지요.

내년에는 내년의 용기를 내어 2014년 다이어리에다 기념일을 옮겨 적고, 신년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실천을 하면서 보내봐야지요. 그리고 계속 자기다워지는 길로 가야지요. 방향은 분명합니다.

 

좋은 변화는 주변에서부터 핵심을 향하는 내면화 작업이다. 쥐가 쥐임을 깨닫는 것이고, 쥐로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특별한 동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쥐가 되고 싶은 쥐. 이것이 변화의 화두이다. 구본형 <떠남과 만남> 60

 

연말연시 따뜻하게 보내시구요. 가정과 직장에서 내내 편안하시길, 뜻하시는 일들이 이루어지시길, 당신의 주변에서 기쁨이 가득 피어나길 기원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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