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운제
  • 조회 수 71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8년 3월 8일 07시 39분 등록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밖에는 굵은 빗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마음은 봄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당에는 풀이 먼저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복수초가 먼저 노랗게 올라왔습니다.

매화와 산수유도 봄비를 맞고 꽃봉오리가 더욱 탱탱해지고 있습니다.  

 

날씨만 요란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한 여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함부로 휘두르던 사람들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져가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생각이 나를 행복하게도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내가 만약 돈과 권력을 가졌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런 데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젯밤에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한잔 했습니다.

행복한 마음과 우울한 마음이 교차되었습니다.

남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돈, 여자, 술'입니다. 

나는 세 가지를 다 지키기가 어려워서 한가지만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돈 여자와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ㅎㅎ

 

그저께는 영국으로 시집간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에 밝던 아이가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울먹이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순간 가슴이 출렁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국제결혼 한지 2년 반이 되었지만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드디어 뭔가 큰 일이 생겼구나 하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숨을 천천히 쉬며 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큰 일이 있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의 요점은 '사소한 일로 최근에 너무 자주 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울면서 말했지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부부싸움은 누구나 다 하는 것입니다.

결혼 한지 2년 반 정도 됐으니 신혼은 아니고 슬슬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입니다.

딸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말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살면서 다툼이 없을 수가 있겠느냐. 

특히 너는 말과 문화가 다른 영국 사람과 결혼했으니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지금 자주 싸우는 것은 상대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너의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딸은 처음에는 내 말에 수긍을 하지 않았습니다.

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또 한 마디 했습니다.

"원래 부부싸움은 사소한 것으로 하는 것이란다. 싸우면서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부부란다.

너만 그건 일을 겪는 것이 아니다. 그건 모두가 겪는 일이다,

엄마 아빠도 그런 과정을 다 겪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고 말하면서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딸의 목소리가 조금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식 때 신랑 신부에게 <지금 그대로 사랑하라>고 한 말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좋을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을 때는 사랑하라.

사랑할 조건을 갖추었을 때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나의 욕심이다'는 말을 내가 그때 하였습니다.

딸은 '그말을 지금까지 잊고 살았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신랑이 지금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너에게 찡찡대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 받아주어라.

상대를 바꾸려고 하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가 먼저 바뀌면 상대는 그때 바뀐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딸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딸은 신랑과 3월말에 한국에 옵니다.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인간관계중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상사와의 관계와 부부간의 관계입니다.

둘 다 피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도저히 안 되면 사표를 쓰거나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만약 사표를 쓰고 다른 회사에 가거나 재혼을 하더라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다스리면서 지금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3월말에 두 사람이 집에 오면 마당에서 술 한잔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그때 영어로 해야 할지 우리말로 해야 할지 헤깔립니다.

2개국어가 동시에 쓰여질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비가 와서 더욱 좋은 날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달국(dalkug@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변경연 팟캐스트]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작가
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오픈된 팟캐스트가 이제 세번째 방송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숲에게 길을 묻다>의 김용규 숲철학자를 초대하여 숲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나답게 살고자 떠난 숲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었던, ‘냉이는 수선화가 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고 많은 공유 바랍니다.

2. [알림] <카모메 그림책방> 오픈!
변화경영연구소 7기 양경수연구원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카모메 그림책방>이라는 작은 서점을 오픈했습니다. 서점 주인장은 그의 아내이자,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의 저자인 정해심 작가라 하네요. 이 서점에서는 ‘어른(+아이)를 위한 그림책’과 ‘타로’를 통한 그림책 추천까지 해준다 하니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마음의 힐링이 필요할 때 꼭 한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3. [알림] 자신 만의 작업공간이 필요하신 분께 알립니다.
변화경영연구소 4기 로이스연구원이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를 나눠 사용할 분을 찾고 있습니다. 로이스연구원의 직업 특성상 여행과 기타 사유로 사무실을 비우는 일이 일년에 반도 넘는 까닭에,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네요. 위치도 좋아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3분거리라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로이스연구원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IP *.103.213.194

프로필 이미지
2018.03.08 09:20:33 *.117.54.213

'돈 여자와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 것'


참 절묘합니다! ㅋㅋㅋ


형님, 이제 마음편지 보내고 올리는 것, 숙달되셨네요. 잘 하고 계세요~

그리고 앞으로의 마음편지도 기대 만땅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3.08 11:48:43 *.36.137.190

처음만나서 사랑하던 때의 마음을 되새기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3월에 마당에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3.08 16:33:17 *.62.21.177
복수초?
무시무시한 이름인데요...
실제로 만나보면 그다지 무섭게 생기진 않았겠죠??선생님처럼^^
유쾌한 인간관계 추천서에 구선생님께서 그렇게 써 주셨더군요
그 대목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는ㅋㅋ
보면 아하~
그런 풀일것 같은데 네이버도 가지고 있는 사진이 없다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6 덕분에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차칸양 2018.06.26 759
4095 꾸준하게 나를 바꾸는 법 [1] 어니언 2022.06.02 759
4094 나의 기준을 세워라 [1] 어니언 2023.05.11 759
4093 텅 비어 있어 더 가득하다 [1] 옹박 2017.09.04 760
4092 관계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4] 차칸양 2018.09.04 760
4091 [화요편지]왕초보 엄마의 엄마근육 만들기 [3] 아난다 2019.03.12 760
4090 [월요편지 108] 혼자 있을 때 과연 나쁜 사람이 있을까? [1] 습관의 완성 2022.05.15 760
4089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06_우리집 가훈 [1] 습관의 완성 2022.05.01 761
4088 [라이프충전소] 지금의 일이 내 길을 열어 주려면 [4] 김글리 2022.07.15 761
4087 가족처방전 – 딸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file [1] 제산 2018.04.23 762
4086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제산 2018.12.10 762
4085 [화요편지] 삶의 맛이 달라질 때 file [1] 아난다 2019.01.15 762
4084 화요편지 - 천천히 걷기 위한 여행 종종 2022.06.21 762
4083 나의 욕망에 솔직해지기 어니언 2022.06.23 762
4082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제산 2017.09.24 763
4081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24. 다시, 책으로 제산 2019.05.20 763
4080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네 번째 이야기 제산 2019.09.30 763
4079 [수요편지] 진심 - 당신만의 보폭 [1] 불씨 2022.07.27 763
4078 하찮지만 하고 싶으니까 [2] 어니언 2022.08.25 763
4077 [내 삶의 단어장] 덕후의 나날 에움길~ 2023.05.22 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