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엇일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질문에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도 몇 가지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인생’입니다. 내게 책은 일상의 중심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매일 두세 시간은 책을 읽었습니다. 특히 최근 4년 동안은 매일 6시간은 책을 읽는데 쓰고 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을 책과 함께 하는 셈입니다. 앞으로도 매일 책을 읽으며 살고 싶습니다.

내가 가장 자주, 오래 머무는 공간은 우리 집의 작은 방입니다. 그곳은 책으로 가득합니다. 내게 책은 삶 그 자체입니다.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추구하는 사회학자 정수복 선생이 쓴 <책인시공>에서 “책은 세월과 함께, 나의 인생과 함께,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문장을 보고 나는 기뻤습니다. 저자의 삶과 독자인 나의 삶이 공명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책을 인생에, 인생을 책에 비유 했습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는 “우리는 모두 완성되지 않은 한 권의 책이다”라고 말했고, 프랑스 시인 폴 클로델은 “우리는 세계가 하나의 텍스트임을 알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정수복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여러 개의 장들로 구성된 한 권의 책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책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한 장이 끝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인생이 책과 같다면 인생을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 책을 한 장 한 장 써가면서 더욱 생생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점점 더 체계와 일관성을 갖추어가는, 그리고 남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을 쓰려고 노력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한 권의 좋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내게 독서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한권의 책은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장입니다. 책은 과거로의 여행, 때로는 미래로 날아갈 수 있는 이동의 수단입니다. 또 책 읽기는 누군가의 삶을, 어떤 시대와 공간을, 나의 마음을 탐험하는 것입니다. 정수복 선생의 말처럼 “책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임-스페이스 머신”입니다.

우리는 책 한 권 손에 들고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과 독서를 여행에 비유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발자크는 “나는 책이라는 배에 승선하여 아주 달콤한 여행을 마쳤다”라고 썼고, 쥘리랭 그린은 “책이라는 창문을 통해 우리는 다른 먼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수복 선생은 “많은 사람이 책 속에서 길을 물었고 책 속에서 길을 잃었고 책 속에서 길을 찾았다”고 했는데, 나도 그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여행과 책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비슷한 설렘입니다. 독서는 다른 세계로의 떠남이고 그 세상을 향한 탐험입니다. 세상은 거대한 텍스트이니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입니다.<책인시공>에서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미소 지었습니다. 저자의 마음이 내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