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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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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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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6일 22시 12분 등록

“애야, 그렇게 하면 손가락 통증이 더 심하다. 이렇게 잡아.”

기타를 잡은 손 모양을 바꿔주는데, 앞뒤 없이 말합니다.

 

“선생님!”

“응?”

“인생이 너무 힘들어요”

“뭐? 니가 인생이 왜 힘들어?”

“모르겠어요. 그냥 짜증나고 다 귀찮아요“

 

인생이 힘들다고? 아,물론 인생은 힘들지,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그건 니가 할말은 아니지. 적어도 고단한 삶에 지친 사오십대 가장들이 늦은 밤 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던지는 멘트 아니니? 그런 애기를 토요일 아침 10시에, 초등학교 통기타 교실에서, 13살짜리 여자아이가, 40대 아저씨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 않니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지난 번 일이 떠올라 참았습니다.

 

지난 번, 6학년 남자아이가 기타 피크를 빌려달라고 하길래 “그래. 이 피크는 선생님 동생이 일본에서 사다 준, 일명 누드피크란다. 특별히 너에게 빌려주마” 라고 말했더니 “선생님 왜 저에게 잘해 주세요?” 라고 묻더군요. ‘음. 선생님은 원래 품성이 이렇게 훌륭하시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넌 소중하니까 잘해주는 거지” 라고 장난기 섞인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이 참, 무슨 그런 게이같은 말씀을 하세요?”

 

 ***

 

가수 김창완은 독특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계동 1번지부터 시청 앞까지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습니다.

 

“아저씨 왜 사세요?”

“아줌마 왜 살아요?”

 

지나가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너도 커보면 알아.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질문은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김창완은 이제는 전설이 된 ‘산울림’ 밴드를 하면서 드럼을 치던 막내동생을 지게차 사고로 잃고,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고, 저의 세상보기가 바뀌었어요. 이 삶이라는 것이 매 순간 완성돼야 하는 것이구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오랜 세월의 집적이 아니고 찰나 구나 라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순간에 산다.’

 

“지금 여러분이 앉아계신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인생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지금 부를 노래는 그런 내용을 담은 노래입니다. 제목은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입니다.”

 

한 방송을 통해, 그는 중학교 시절 본인이 질문했던, 그러나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던 질문의 답을 스스로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어린아이가 저처럼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하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얻은 게‘인생은 답을 구하는 시기가 아니다. 인생은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라는 거죠.”

 

저는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라는 노래도 들어보십시오. 여자들은 여자들을 살고, 남자들은 남자들을 살며, 꿈이 춤을 춘다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뮤지션 김창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노래가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

 

인생이 왜 힘든지,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년의 아저씨나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우리는 답을 구하려고 합니다. 궁금하니까요. 저는 ‘순간에 살자’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라는 그의 답에서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가 보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질문을 언제 했냐는 듯 다시 놀고, 웃고 떠듭니다. 슬픈 현재나 기쁜 현재나 행복한 지금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의 원형이고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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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파티로 진행된 다섯 번째 추모의 밤이 끝났습니다.

유쾌한 추억을 나누는 시간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추모의 밤이 49제인 5.31(금) 진행됩니다.

주제는 ‘웃고 노래하라, 춤추라’ 입니다. 그동안 진행된 추모의 밤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메시지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 온 최우성 연구원이 주관합니다.

 

[구본형 선생님, 마지막 추모의 밤 신청]

http://www.bhgoo.com/2011/503576#0

 

IP *.34.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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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00:20:02 *.62.29.20

그렇군요.

삶은 찾고 묻고 깨닫는 시간들의 연속이네요.

오늘 하루도 그런 시간들로 채워야겠습니다.

그대의 조용한 리더십에 공명하는 아침(여긴 L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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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18:48:09 *.30.254.29

별말씀을요...감사합니다.

미국에서 오시자마자  바로 추모의 밤에 오시겠군요.

금요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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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12:55:51 *.208.244.55

잘 읽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지도 모르고, 또 싱거운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만,

마늘쫑, 고구마순, 무청같은 인생을 저는 좋아합니다.

마늘쫑은 마늘이 되려다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으로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닐까..

무청은 무를 얻고 남은 버려지는 존재가 아닌걸..^^*

후훗.. 쓰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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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18:49:20 *.30.254.29

마늘쫑,

고구마 순,

무청....

 

방청소 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하기

걷기

집앞 놀이터에서 기타치기..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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