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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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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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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09시 27분 등록

“나이들면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사람들이 조용합니다. 앞줄에 있던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외로움이요’ 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외로움이 가장 힘듭니다. 은퇴시기를 맞은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2년이 지나면 연락이 뜸해집니다. 수명이 너무 길어졌어요. 같이 점심을 먹을 친구를 만드는 게 절실한 문제가 됩니다. 외로움을 견디기가 참 힘들어요.”

 

아침방송에서 많이 보는 낯익은 얼굴과 구수한 목소리, 정신과 의사 송박사님의 애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10년 전에 아내를 먼저 보내고 살아오면서 엑스터시라고 하나요? 짜릿한 기쁨을 단 한번도 느껴 본 적이 없어요. 기쁜 일이 있으면 그냥 기쁜가보다, 즐거우면 즐거운가 보다 그뿐이지요. 저는 성당보다 골프약속이 먼저인 순 날나리 신자입니다. 제가 75살인데 아직도 진료를 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보면 신앙이 있는 분은 달라요. 그 막막한 외로움과 친구가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참 기쁩니다. 오늘 이 좋은 곳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요일, 불암동에 있는 가정간호 호스피스센터에서 후원자들과 함께 ‘성모의 밤’ 행사를 치렀습니다. 7년 전, 처음 왔을 때에는 초대손님으로 노래만 부르고 갔지만, 이제는 사회도 보고, 스탭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병원을 갈 형편도 안 되는 말기암 환자들을 위해, 수녀님과 간호사 봉사자들이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여 호스피스 치료를 합니다. 전액 무료, 100% 개인후원과 자원봉사로만 의존하는 운영시스템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그저 존엄한 삶은 존엄한 죽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한 수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스탭에서 사회자로, 축하공연까지 1인3역을 하려니 어설프고 마음만 바쁘지,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당밴드 멤버들이 드럼, 건반, 앰프, 마이크 등 악기 일체를 차량 3대에 싣고 와 주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노래 3곡을 부르는 10분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 와 준 그들이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세번째로 부른 축가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 곡을 붙인 ‘사랑한다는 말은’ 이라는 곡입니다. 성당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많이 불려지는 대중적인 노래죠. 경쾌한 리듬에 가사가 너무 예뻐서 빛나는 노래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사랑한다는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수녀님은 스스로 ‘민들레의 영토’라고 부르시는 부산 광안리 바닷가 수녀원에서 생활하며 시인수녀로 널리 알려지신 분입니다. 저도 오래 전부터 수녀님의 시를 좋아했던 팬이었지만 한번도 뵌 적은 없었습니다.

 

수녀님의 시를 열심히 노래했던 덕분일까요? 일요일 저녁 이해인 수녀님을 뵈었습니다. 수녀님이 참관하시는 자선음악회에서 만날 수 있으면 보자는 연락을 갑작스레 받고 나갔습니다. 수준높은 음악회에서 아름다운 음악도 듣고, 짧은 시간이지만 수녀님도 만난 운좋은 날이었습니다.

 

수녀님은 아이같은 환한 웃음으로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스승님을 위한 추모글과 추모시를 보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렸더니, 함께 간 딸을 위해 2013년 봄에 나온 따끈따끈한 새 책[나를 키우는 말]을 사인해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시들을 추린 시선집입니다. 책의 머리글에 이렇게 적혀 있군요.

 

나에게 있어 시는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기도로 피워낸 꽃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중략).. 이제는 종이보다는 일상의 삶 속에 시를 쓰고 마침내는 ‘아까운 말도 용기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편의 시로 익어가는 ‘수녀시인’이 되고자 매일 새롭게 옷깃을 여밉니다.

 

암이라는 고통이 찾아와 당혹스러웠으나 아픔 중에도 시를 쓰고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수녀님의 글에서,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이라는 문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수명은 길어졌으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어진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감사하고 

무엇을 그리워해야 하는지

되물어보는

복된 하루였습니다.

 

***

세 번째 추모의 밤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인연의 순간들이 즐거움으로 되살아난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인 5.15일(수)에 네 번째 추모의 밤이 진행됩니다. 변화경영연구소 총동문회 회장 장성우 연구원이 주관합니다.

 

[나의 스승 구본형, 네 번째 추모의 밤 신청]

http://www.bhgoo.com/2011/497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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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3 12:50:20 *.97.72.143

우성 아우!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 배경 음악 같은 것이 깔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조용히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혹 방해가 된다면,

 

오늘 같은 날에는

 

위의 노랫말(시어) 만 적어두기 보다 원하는 경우 클릭하면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그 작업 어렵나요?

 

다른 음악들은 저작권의 문제가 있겠지만 아우님의 경우는 자작곡 자 이기도 하니 내 생각엔 좋은 컨셉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노래로 치유를 기원하는 음악치료사(?)의 노래가 되어 더욱 좋을 듯.

 

음악치료에 관한 치료사와 같은 공부도 했고(하고 있으며), 작사며 작곡이며도 하는 만능 음악인(가수) 이기도 하니

치유 음악(최우성의 힐링 음악 캠프 1,2,3 등 등)으로 사용하면 얼마든지 좋을 것 같은 데??? 

그리고 카페에서 음반 판매도 하고, 주기적으로 발표회도 가지고.

 

그러면 언제가의 글처럼 꼭 울고 싶은 사람들만의 카페(?)가 아니더라도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사색에 잠기고, 어떤 이는 노래 부르고 등등 하며 변경연의 살롱 9을 잘 활용하면 될 듯. 응???

 

잘 되면 음반 하나 주기오~ ㅋㅋ 내가 먼저 팔아줘야 하겠지? 어쨌든 함 생각해 보기오~     

 

이 제안은 한 때 몹시 외롭던 이의 '사랑어' 이기도 하다우.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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