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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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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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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30일 10시 21분 등록

“그럼 각자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을 돌아가면서 읽어 보겠습니다.”

 

“ 제가 먼저 읽어볼께요. 최인훈의 광장에서 인용된 문장인데 참 아름답네요.”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32 p)

 

“저는 김훈의 문장을 읽으며 혀를 찼어요.”

‘된장과 인간은 치정관계에 있다. 냉이 된장국을 먹을 때, 된장 국물과 냉이 건더기와 인간은 삼각 치정관계다. 이 삼각은 어느 한쪽이 다른 두 쪽을 끌어안는 구도의 치정이다. 그러므로 이 치정은 평화롭다.(..) 냉이의 저항흔적은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 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볕의 냄새, 싹터 오르는 풋것의 비린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놓는 평화를 이루고 있다.’(80 p)

“냉이된장국을 먹을 때, 둘의 향이 같이 배어 있는데 사람의 입에 사랑을 받겠다고 향이 센 냉이와 된장이 싸운다니...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요? 작가 말대로 김훈은 미친사람 아닐까요?”

 

“저는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사랑에 본질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연애를 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바로 내가 바로 사랑의 출발점이라는 시각이요.”

‘우리가 사랑했던 것은 상대가 운명적인 남자라서가 아니라 석 달 동안 데이트도 못 하고 주말이면 혼자 있어야 했던 외로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사람도 되고 저 사람도 될 수 있고요.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는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아니라 나에요. 내가 사랑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결국 외로움이 시작인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겁니다.’(109 p)

"사랑을 사랑한다는 말, 내가 사랑의 이유라는 것, 참 적나라한 통찰입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소개하면서 주인공 안나를 ‘바람기있는 여자’로 소개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읽으면서 ‘바람기’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왠지 매력적으로 들리더라구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누구나 있어요. 바람기는 다른 말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다른 곳에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이죠. 결혼하고 이게 더 심해지는 이유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선택의 문이 닫혀버리기 때문이에요.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 다른 즐거움, 다른 쾌락에 대한 문을 닫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잖아요.’(280 p)

 

“작가가 지중해 철학을 애기하면서‘개처럼 살자’고 하잖아요. 좌우명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 글도 좋았습니다.”

“(...) 사람이란 나무와 같소. 당신도, 버찌가 열리지 않는대서 무화과 나무와 싸우지는 않겠지?”(200 p)

“사람은 다 다르고, 각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우리의 욕망으로 채워넣고, 실망하곤 다툴 필요가 없다. 무화과나무한테 버찌가 안 열린다고 화를 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작가의 해석에 공감했어요. 그게 우리의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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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팀 모임이 있었습니다. 서로 소통하고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올해 3월 만들었습니다. 매월 한권씩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데 이번 달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입니다. 그는‘진심이 짓는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등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광고를 만든 인문학 예찬론자입니다.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을 쓴 고병권은‘모든 책들은 동료를 구하는 몸짓’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섬세하고 예민한 촉수와 풍성한 감수성에 감탄하여, 기꺼이 그의 동료가 되었습니다. 보물같은 표현이 많아서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지만, 책을 읽은 동료들과 같이 감탄하고 공감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작가가 손철주의 책‘인생이 그림같다’에서 인용한 문장입니다.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슬픔을 봐도 슬프지 않습니다. 기쁨을 만나도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말짱하지요. 벚꽃이 떨어져도, 타인의 고통을 만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평범하고 안일함을 추구하는 말짱한 영혼, 그저 사는 게 지겹고 재미가 없을 뿐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뜨겁습니다. 여름의 절정입니다. 온몸의 촉수를 열어놓고 일상에서 소중함과 행복을 발견하며, 오늘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미친 영혼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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