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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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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3일 23시 51분 등록

자연에서 삶을 다시 시작한 이후 나는 해마다 나무를 심었습니다. 밭에도 심고 숲 언저리에도 심고 마당에도 심었습니다. 밭과 숲에는 농사로 심은 나무가 대부분이지만, 마당에는 나무를 벗으로 심었습니다. 첫 해는 소나무와 주목, 그리고 배롱나무와 매실나무, 자두나무를 심었습니다. 두 번째 해인 지난해에는 마당에 보리수나무와 홍매화, 그리고 음나무와 대추나무를 더했습니다. 올해는 미선나무 몇 그루와 모란과 목련을 조금 심어 꽃 욕심을 더했습니다.

 

자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품은 나의 세 번째 욕심은 바로 나무에 대한 욕심입니다. 삶은 자칫 세월을 흩어버려서 돌아보면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반드시 세월을 품어둡니다. 나의 세 번째 욕심은 그렇게 조금 먼 시간을 품는 욕심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시간 동안도 기쁨을 얻지만 내가 죽어 육신이 사라진 시간에도 이곳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씨앗을 뿌려두는 조금 먼 욕심입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나무는 깊은 기품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미래의 시간, 나의 마당에 나는 없겠지만 발길 닿을 누군가가 그 나무들 아래에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욕심이 나의 세 번째 욕심인 셈입니다.

 

우리가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면 가능한 제법 먼 곳을 향한 욕심 하나 정도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귀촌을 감행한 어떤 분은 몇 년 동안 굴러다니는 돌맹이로 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일년이 가고 이년이 가면서 그가 매일 조금씩 쌓은 돌 더미는 점점 돌탑의 형상으로 커져갔습니다. 그가 매일 조금씩 열을 지어 쌓은 돌은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돌 담장으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어느 지자체에서 그에게 땅을 줄 테니 자신의 지자체로 거처를 옮기고 돌 담도 옮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도시에서도 시간의 흐름은 겁나게 빠르다 느껴지지만, 매일 해와 달의 길이만 바라보면서 자족하며 사는 자연에서의 세월은 더욱 빠르게 흐릅니다. ~ 하면 일년이고 다시 어~ 하면 이년이 흘러 있어 놀라곤 합니다. 그러므로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돌맹이를 주워 모으던, 나무를 심던, 세월을 저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루하루 혹은 계절마다 가만가만 해두는 욕심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자연에서 제대로 사는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연에는 한방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마당을 가꾸는 욕심이 되었든 아니면 담장을 가꾸는 욕심이 되었든, 아니면 어느 자갈밭에 매년 조금씩 묘목을 심어 가꾸는 욕심이 되었든 시간을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을 수 있는 욕심 하나는 꼭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분명 살아서 누리는 기쁨이면서 또한 죽어서도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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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4.14 04:00:41 *.10.140.8
늘 적당한 때에 적당한 글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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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4.14 05:46:47 *.198.133.105
용규님께서는 나무와 숲을 만드는 하느님의 마음을 가지고 계셨군요.
욕심이기 보다는 원래 용규님께서 가지고있었던  아름다운 소망으로 보입니다.
원하시는 일이니 꼭 원하시는데로 이루워지시길 기원합니다...()...

제아이들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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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이들 좀 맡아서 키워주실 수있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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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2011.04.14 06:33:21 *.7.108.204
세월을 조금씩 담아두는 마음은 도시에서도 필요하지요. 제 아내는 하루 하루 조금씩의 의도적 변화를 담아두는 나무를 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나무심기는 역시 마당에 심어두고 자연의 햇빛과 바람, 땅의 기운을 받도록 하는 일일 것 입니다. 어렸을적 마당에 누군가 심어놓은 포도 넝쿨 아래에서 채 익지 않은 열매를 따 모으며 놀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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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2011.04.14 07:05:29 *.182.176.212
책에서 글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숲 학교에 가서 숲속 강의를 듣고자 합니다.
주변분들과 함께 가서 가슴 속에 바람도 넣고 햇볕도 쐬고 싶습니다.
필요한 이것 저것에 관한 질문이 있습니다.
제게 연락을 주실 수 있으시면 고맙겠습니다.
myclublee@gmail.com
대구에서 이진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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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1.04.16 12:40:56 *.108.80.74
진숙님, 잘 지내시지요?
용규님의 이메일 주소는 iskrank@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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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4.14 17:43:51 *.67.223.154
용규샘, 잘 지내고 있지요?
우린 경주로 봄소풍 겸해 새내기 장례식엘 다녀왔어요.
모두들 참 씩씩하게 잘 죽어가더군요.
내년 이맘 때는 정성을 다해 가꾼 농부에게 보람을 선물하는 나무로 자라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끔씩 ...물주러 나도 밭에 나가보려고 하거든요.
미래의 시간.... 세번째 욕심이라니......음흠흠....나무관세음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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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2011.04.15 13:34:27 *.82.101.227
마치 소가 되새김질하여 영양분을 섭취하듯이 여러번 곱씹을수록 좋은 양식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더이다,  부드러운 흙을 밝는 님의 한발자욱, 한발자욱씩 걷는 발걸음소리가 보이는듯 들리는듯 하여  때론 조용히 같이 따라 걸어보기도 하고, 마음을 열어 숲에게 묻는 겸허한 님의 질문이 잔잔하고 커다란 울림이 되어 자신을 되찾고 싶은 영혼이 살그머니 떨리는것을 느낍니다.  님의 편지를 대할때마다 옹달샘을 만나는듯 하여 달게 목축이고 쉬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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