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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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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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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4일 00시 10분 등록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Bruce Alexander)는 약물중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쥐를 이용한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그는 우선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서로 다른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한 그룹의 쥐들은 지저분하고 비좁은 공간에 가두고, 또 다른 그룹의 쥐들에게는 ‘쥐공원’이라고 부르는 안락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는 단맛이 강하고 마약 성분이 담긴 물과 보통의 물을 넣어두었습니다.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의 쥐들은 마약성분이 들어간 물에 집중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몽롱한 환각 속으로 빠져들었지요. 하지만 안락한 환경을 제공받은 쥐들은 달랐습니다. 이 쥐들은 마약성분이 들어간 물을 거부했습니다. 때때로 마약성분이 포함된 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결과를 정리해보니 열악한 환경 속의 쥐들이 마약성분이 들어간 물을 16배나 더 많이 마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실험은 마약 중독이 단순한 호르몬 작용의 결과가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개인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중독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실험 결과를 뒤집어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깊이 탐닉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안락한 일상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매달 25일이면 꼬박꼬박 통장에 꽂히는 월급과 가슴을 녹일 듯 애교를 부리며 커가는 아이들의 미소는 그 자체로 마약이었습니다. 저는 그 달착지근한 안락함에 흠뻑 젖었습니다. 때때로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기력한 일상을 박차고 떠나는 모험을 동경했지만 비대해진 몸과 마음은 평안한 일상의 늪에 빠져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매번 입으로는 변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불안정한 현실이 주는 반 쪽짜리 안락함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있었습니다. 창조적 중독과 몰입의 뽕맛을 위해 안락한 일상을 개혁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던가요? 이런저런 나쁜 일들이 무리를 지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해 불안한 상황 속에 빠졌습니다. 건강 상의 적신호가 거듭되다가 급기야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고요. 거기에 더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나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찾기 위해 골몰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무기력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던 어느 날, 발이 땅에 닿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모험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요.

연이어 닥친 불운과 불편 덕에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내릴 용기를 얻습니다. 더럽고 비좁은 우리 속의 쥐처럼 스스로를 중독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에게 닥친 시련들은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선물이었던 모양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한마디를 새기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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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5.04 11:04:50 *.169.188.35
모든 영웅들은 어려운 시기를 견디어 낸 사람들이더군요..
종윤님이 영웅으로 돌아오는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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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13:22:24 *.124.233.1
불타는 갑판을 스프링 보드 삼아 비상하는 영웅의 도약지점이 바로 이와 같았겠지요?
용기라는 녀석이 참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힘차게 바닥을 딛고 비상하시길 바랄께요.
발자취를 따라가는 후배로써 많은 걸 배웁니다.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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