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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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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01시 20분 등록

어제는 오전 시간을 숲에서 보냈습니다. 지난 해 산마늘을 심어놓은 자리에 왕겨를 덮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지 않다 보니 그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키 큰 풀들에 의해 산마늘이 억압을 받을 것이라는 동네 형수님의 가르침을 따른 것입니다. 왕겨를 덮어두면 다른 풀들의 발아가 억제되니까 키가 작은 산마늘이 상대적으로 저답게 살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산마늘은 놀라운 힘을 발휘, 3월 초순의 다 녹지 않은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대견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마치 옹알이를 시작한 갓난 아이를 보는 기쁨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심어둔 모든 산마늘이 그렇게 제 새순을 키우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체로 숲의 응달 쪽에 심어둔 녀석들이 씩씩했습니다. 산마늘이 본래 음지성 식물인 것을 알아서 대부분을 응달에 심었지만, 실험 삼아 볕이 좋은 자리에 심은 녀석들도 있었는데 양달에 심어둔 녀석들은 아무래도 정착에 실패를 한 듯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역시 흥미로운 추론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요컨대 울릉도에서 살던 산마늘을 이곳 괴산으로 이식하여 자리를 잡게 할 때도 그들의 기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 음지의 빛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고, Ph6.0 정도의 산도에 유기물 함량이 최소 3% 이상인 토양 조건이 되는 땅을 찾아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의 숲 양달의 건조한 땅을 산마늘은 견디기 힘들어 하다가 결국 정착에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이것은 자연이 보여주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사람 역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때 자신의 기질과 지향에 적합한 영역으로 옮겨가야 삶이 원활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를 버려 농산촌으로 이주할 때 역시 자신의 기질과 지향을 살피고 그것을 명확히 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책과 관련한 TV 프로그램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을 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만큼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모습을 따르겠다고 삶의 전환을 시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지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철저히 소박한 삶을 지향으로 품은 사람들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농산촌에서 농업 생산을 통해 삶을 영위하겠다고 떠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책의 묘사를 따르자면 시인이거나 반 도인이고, 책임져야 할 가족도 부각되지 않은 분들이었습니다.

 

자연에서 사는 꿈을 키워 농산촌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품은 삶의 지향은 다양합니다. 단순히 은퇴 이후의 삶이나 은일, 건강의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도 있을 수 있고, 나처럼 자립하는 삶과 생태적 삶, 나아가 시골 공동체를 위해 삶의 일부를 쓰겠다는 지향을 품은 이주도 있습니다. 또는 시골을 경제적 블루오션 지대 혹은 돈을 버는 자본주의적 기교가 아직 덜 발달된 무주공산의 지대로 여기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겪은 경제적 소외를 시골에서 극복해보겠다는 묘한 콤플렉스를 품은 이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도시에서 겪은 피로감이나 패배감으로부터 우선 도피하고 보려는 피신적 이주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각각의 지향에 대해 옳다 그르다 이야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늘은 우선 자신이 품은 지향이 무엇인지를 규명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숲의 식물들에게 빛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산마늘은 뙤약볕을 힘겨워 합니다. 너무 강한 빛이 드는 자리를 오히려 힘겨워 하는 식물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춘분이 가까운 다음 주에는 위에 예시한 다양한 지양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그 장단점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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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09:30:32 *.7.108.204
아내 숨결과 백오산장에 다녀오고 벌써 3번째 주말을 맞습니다. 몇년간의 시골생활에서도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용규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주마다 끊이지 않고 써오신 글들을 읽으며 용규님을 조금 더 알게되고 저를 뒤돌아보고 저의 속 마음을 조금 더 알아갑니다. 긴 겨울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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