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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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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일 11시 55분 등록

37세의 질 볼트 테일러는 전도유망한 뇌신경해부학자였습니다. 신경해부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의욕적으로 인간의 뇌를 연구했습니다. 그녀는 35세의 나이로 전미 정신질환자협회(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의 최연소 임원이 되었고, 뇌 기증을 호소하기 위해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과학자'가 되어 전국을 여행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고, 미래는 밝았습니다.

하지만 1994년 12월 10일 아침, 그녀의 삶은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습니다. 뇌를 연구하던 그녀에게 뇌졸중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는 희귀한 유형의 뇌졸중을 겪으며 4시간 동안 자신의 뇌가 정보처리능력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결국 뇌의 절반을 차지하는 좌뇌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그녀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합니다.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뇌가 정보 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다. 감각기관이 느껴야 할 어떤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뇌 속에서 일어난 출혈 때문에 나는 걷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쓰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질 볼트 테일러가 쓴
<긍정의 뇌>는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입니다. 이 책은 뇌졸중을 겪으며 좌뇌의 기능이 무너져 내리는 체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8년간 엄청난 끈기와 치열한 노력으로 기적처럼 회복하는 과정 역시 매우 인상적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좌뇌와 우뇌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기능이 다르고 서로 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좌뇌와 우뇌의 차이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좌뇌 기능의 상실로 인해 우뇌 의식이 극적으로 활성화된 테일러의 경험입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살아 있는 에너지 유동체로 인식하고,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에너지의 덩어리내지는 흐름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독립적이고 견고한 실체였던 질 볼트 테일러라는 자아상은 사라지고, 에너지 유동체로써 ‘거대한 에너지 흐름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그녀는 살아 있는 에너지체로 존재하면서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다고 합니다.

"나 자신이 유동체여서 좋았다. 내 영혼이 우주와 하나이며 주위의 모든 것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황홀했다. 에너지의 역동성과 보디랭귀지에 주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존재의 중심으로 흘러드는 깊은 내적 평화의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뇌졸중 체험은 그녀에게 모순적인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실패하면서 상처 입은 몸의 고통이 지옥 같았다면, 영원한 희열로 날아오르는 의식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지 못한 이유는 좌뇌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고, 영원한 희열을 경험한 이유는 우뇌의 의식이 좌뇌의 간섭과 판단 없이 온전히 스스로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우뇌는 그녀로 하여금 에너지의 흐름과 역학 관계에 민감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내게 에너지를 안겨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게서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에너지를 더해주는 사람은 공감적이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존재였던 반면에, 이기적이고 거칠고 불친절한 존재는 여지없이 에너지 뱀파이어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경험에 의하면, 우뇌의 의식으로 보는 모든 존재는 '에너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인 동시에 에너지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또 발산하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 그리고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어떤 에너지를 담고 발산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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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 볼트 테일러 저, 장호연 역, 긍정의 뇌, 윌북, 2010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출간 안내
변화경영연구소의 유인창 연구원이 자신의 첫 책 <마흔 살의 책읽기>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바랍니다. 자세한 책 소개는 여기
를 클릭하세요.

'한숨 같고 꽃 같은 아직 마흔의 10년, 책이라는 거울 위에 유혹의 마흔을 비춰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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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책읽기 : 내 삶을 리모델링하는 성찰의 기록>, 유인창 저, 바다출판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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