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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6일 00시 22분 등록

목판화가 이철수 선생은 20년 넘게 충북 제천의 산골에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그는 농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 하나’를 새로 얻었다고 합니다. 전에는 그림 소재를 포착하기 어려웠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그림거리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는 <이철수의 웃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농사 속에 있을 때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와 달리 스스로 허심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 작품을 만들 때처럼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생명과 함께 간다는 실감에 사로잡히게 되니까! 농사는 비교적 조용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인데, 여기에 나를 맞춰가는 일이 참 괜찮아요. 작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와 네 자리를 바꾸어 보는 건 더 좋은 경험이지요.”

 

이철수 선생은 ‘농사를 공부삼아 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가 도량이고 경전’입니다. 그는 직접 농사를 짓는 의미에 “하나는 내가 먹을 것을 내 손으로 해결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생명 있는 것들과의 관계인데,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온몸으로 만나는 삶이자 공부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사실 농사라는 게 참 단조로워요. 그중에 풀을 뽑아서 누이고 치우는 일, 풀과의 전쟁이죠. 빤한 손노동, 이것 참 대책 안서는 건데 쉬지 않고 준동하는 풀에게 욕이 나오는 거지요. 그래도 풀 앞에서 성질낼 순 없는 일 아니겠어요? 풀을 뽑으며 생각을 많이 해요. 단순 속에서 흘러가는 수많은 상념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들. 그것들이 제 그림에 담기죠.”

 

2002년 10월 이래 날마다 이메일로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은 농사와 성찰과 목판화의 결합에 있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의 소재 대부분이 ‘일상, 생명, 환경, 존재’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은 서로 다른 것들을 창의적으로 결합할 줄 압니다. 그리고 그 결합에서 보편적인 메시지, 즉 진실 혹은 통찰을 뽑아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작품에서 낯섦 속의 공감이랄까, 참신함과 익숙함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연결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래야 깊이 있게 오래갈 수 있습니다. 이철수 선생도 농사와 그림을 연결하겠다는 계산은 없었다고 합니다. 처음 언론에서는 ‘농사꾼 화가’라는 이색적인 이력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가 귀촌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으로 유명하던 때가 아닙니다. 그는 몸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과 마음공부의 일환으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땀 흘려 농사짓고, 그건 내가 좋아 선택한, 일상일 뿐”이라는 겁니다.

 

조지프 캠벨은 자신의 삶에서 ‘살아 있음의 황홀’을 주는 천복(天福)을 따르는 것이 잘 사는 비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천복을 따를 때 존재가 확장되고 삶이 상승하여 새로운 차원의 의식으로 도약이 이뤄집니다. 이철수 선생에게 목판화와 농사 둘 다 천복인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 소개에 나오는 ‘그는 나무에 삶을 새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목판 위에서 온몸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생명과 삶에 대한 치열한 긍정이다’라는 구절은 목판화와 농사라는 천복을 결합한 그의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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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수 저, 박원식 엮음, 이철수의 웃는 마음, 이다미디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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