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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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에 오두막을 짓고 1년쯤
흐른 어느 평화로운 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됩니다. ‘백오야! 너 중이냐?’ 숲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충만하고 행복해서
하루하루가 홀로 벌이는 축제의 나날 같은데, 정작 나의 내면은 내게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어떠한 결핍도
없는 삶인가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신 스님들이 들으면 노여워하실지 모르나, 나는 오직 스스로의 도만을 구하며 살아가는 승려들이 있다면, 그것은
참 비겁한 일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승려는 속세를 떠나 있지 않은가? 깨달음을 얻겠다고 평생 스스로를 속세로부터 차단하고 오직 수련하고 정진하는 일 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잖은가? 스스로 노동하며 그것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수양하고 계신 분들도 있겠으나, 많은 분들은 시주에 물리적 생존을 의탁하며 자신의 도를 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이웃은 어디에 있고, 나의 삶을 이루고 지탱하는 한 축인 지역과 공동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내 삶을 비추고 있던 그날, 나는 이 고즈넉한 산방의 문을 열어 이웃을 만나기로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홀로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좋은가? 허나, 이웃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 소용을 발휘할 수 없다면 나는 얼마나 이기적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놈인가!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 희망하는 이웃에게 숲과 생태론을 강론하고,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그렇게 두어 해의 시간을 보내면서 마침내 이 숲에 더 많은 이웃과 세상 사람들을 불러와
숲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쁨과 가르침을 나눌 수 있는 숲학교를 짓는 일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여우숲’에 숲학교가 완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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