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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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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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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7일 11시 38분 등록

이 숲에 오두막을 짓고 1년쯤 흐른 어느 평화로운 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됩니다. ‘백오야! 너 중이냐?’ 숲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충만하고 행복해서 하루하루가 홀로 벌이는 축제의 나날 같은데, 정작 나의 내면은 내게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어떠한 결핍도 없는 삶인가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신 스님들이 들으면 노여워하실지 모르나, 나는 오직 스스로의 도만을 구하며 살아가는 승려들이 있다면, 그것은 참 비겁한 일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승려는 속세를 떠나 있지 않은가? 깨달음을 얻겠다고 평생 스스로를 속세로부터 차단하고 오직 수련하고 정진하는 일 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잖은가? 스스로 노동하며 그것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수양하고 계신 분들도 있겠으나, 많은 분들은 시주에 물리적 생존을 의탁하며 자신의 도를 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이웃은 어디에 있고, 나의 삶을 이루고 지탱하는 한 축인 지역과 공동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내 삶을 비추고 있던 그날, 나는 이 고즈넉한 산방의 문을 열어 이웃을 만나기로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홀로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좋은가? 허나, 이웃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내 소용을 발휘할 수 없다면 나는 얼마나 이기적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놈인가!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 희망하는 이웃에게 숲과 생태론을 강론하고,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그렇게 두어 해의 시간을 보내면서 마침내 이 숲에 더 많은 이웃과 세상 사람들을 불러와 숲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쁨과 가르침을 나눌 수 있는 숲학교를 짓는 일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우를 기다리는 숲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여우숲에 숲학교가 완공될 것입니다.

 

여우숲에 숲학교가 완공되면 나는 더 많은 이웃에게로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숲이 가르쳐 주는 놀라운 기쁨과 행복, 그리고 충만을 더 많은 이웃과 나누고자 애쓰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본래 둘이 아닌 하나였고,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보고 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오두막 생활을 통해 홀로 누려왔던 은둔의 즐거움은 잃게 될 것입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껴안고 살게 되겠지요.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는 삶이란 본래 뒤얽혀 사는 것이요 그 희로애락이 어쩌면 삶의 전부라는 것을 또 다른 차원에서 깨달아 가게 되겠지요.
IP *.20.2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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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2011.11.17 13:48:54 *.216.147.188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숲학교 아래 숙소에서 출발하여 사오랑마을을 지나 산막이옛길을 걷고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숲학교가 위치한 산과 아랫마을, 마을 건너 호수가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숲학교 완공까지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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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여우
2011.11.17 19:07:46 *.7.108.38
그렇군요. 삶이란 본래 뒤얽혀 사는 것이요, 그 속에서 겪는 희로애락이 어쩌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겠군요.
'여우를 기다리는 숲'에 깃들 숲학교가 그 삶을 배우는 학교이기를 바랍니다. 박기호신부님의 <산위의 마을>을 읽으며  희미해져가던 숲에 깃들여 사는  삶에 대한 꺼뜨릴수 없는 소망하나 다시 알아차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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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23:54:59 *.216.109.99

참 알수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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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1.11.18 04:56:00 *.236.7.113
개관을 기다립니다. 뒤얽히는 그날 꼬옥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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