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327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9월 27일 09시 38분 등록

날이 밝으면 600억짜리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합니다. 종이 한 장에 글자 몇 자를 적는 일 덕분에 그간 지독히도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첫 해외 사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또한 연계되어 진행될 12조원 규모 사업을 위한 의미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얼른 서명을 끝내고 밀린 잠을 푹 자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네요.

이 프로젝트에서 저희 회사가 맡은 역할은 SI(System Integration)입니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회사들을 모아서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납품하는 역할이지요.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계약 단계에서의 사소한 결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간과하고 넘어간 작은 문구 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의 고객사는 인도 정부의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합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면에서 통제를 받지요.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 업체들에게 강요한 불합리한 조항 하나입니다. 중소 업체들이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지만 대기업들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문제는 저희 회사가 이 둘 사이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안정된 제품을 대신할 대체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짧은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하는 이번 사업의 특성상 신뢰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커다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맙니다. 하지만 정부와 감리 기관의 사람들은 업체의 반발을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조항을 수용하거나 사업에서 빠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종용할 뿐입니다. 

살다 보면 때때로 생각을 멈추고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창 밖으로 부옇게 동이 터오는군요. 아마도 제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 듯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IP *.181.3.22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6 신화는 처음이시죠? - 신화 작가편 제산 2019.09.01 875
1015 [화요편지]6주차 미션보드_OO씨의 행복여행 아난다 2019.09.03 881
1014 [수요편지] 그대,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장재용 2019.09.04 863
1013 목요편지 - 아! 가을인가 운제 2019.09.06 798
1012 [금욜편지 104- 책쓰기준비 3- 경비] 수희향 2019.09.06 883
1011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 file [2] 알로하 2019.09.08 1134
1010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두 번째 이야기 제산 2019.09.09 1016
1009 [화요편지]6주차 워크숍_Shall we dance? 아난다 2019.09.10 882
1008 [수요편지] 호찌민에서 만난 쓸쓸한 표정의 사내 장재용 2019.09.11 806
1007 [화요편지]7주차 미션보드_ 새 삶을 채울 100가지 기쁨 아난다 2019.09.17 748
1006 [수요편지] 오토바이, 그 자유의 바람 장재용 2019.09.18 797
1005 [금욜편지 105- 책쓰기준비 4- 기질] 수희향 2019.09.20 856
1004 목요편지 - 오스카와일드 운제 2019.09.20 813
1003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은하수가 담긴 와인 file 알로하 2019.09.22 1011
1002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 file 제산 2019.09.23 901
1001 [화요편지]7주차 워크숍_새 삶의 키워드 file 아난다 2019.09.24 809
1000 사이공에 관하여 장재용 2019.09.25 777
999 목요편지 - 명언 운제 2019.09.27 933
998 [금욜편지 106- 책쓰기준비 5- 관계] 수희향 2019.09.27 752
997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축제로 즐기는 와인 file 알로하 2019.09.30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