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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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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6일 00시 06분 등록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은 30년 동안 매일 나무를 심어 ‘황무지’ 같은 지역을 아름답게 바꾼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쉰두 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여든 살을 훌쩍 넘어서까지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에게 ‘나무 심기’라는 소명이 온 것은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는 평야지대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가족과 함께 나름의 꿈을 가꾸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외아들이 죽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그를 덮쳤습니다. 그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고독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사람이 아닌 양과 개와 함께 인적이 드문 곳 거주지를 마련했습니다. 책에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어쩌면 그의 피폐한 마음이 그에게 사람도 나무도 없는 황무지 같은 곳에 거처를 잡도록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암울한 시기에 어둠을 가르는 일출의 빛처럼 소명이 찾아왔습니다. 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생명력 있는 곳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 후부터 그는 매일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3년 간 부피에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매일 100개 씩 10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습니다. 그 중에서 2만 개가 싹을 틔웠습니다. 장 지오노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이 즈음이었습니다. 부피에는 지오노에게 2만 개 중 절반 정도는 튼튼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지오노는 “30년 후면 떡갈나무 1만 그루가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부피에의 비전은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만일 하느님이 30년 후까지 자신을 살아 있게 해준다면, 그 동안에는 나무를 아주 많이 심을 것이기 때문에 이 1만 그루의 나무는 바다의 물 한 방울과 같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벌써부터 너도밤나무 재배법을 연구해 오고 있었으며, 그의 집 근처에서 어린 묘목을 기르고 있었다. (...) 그는 또한 땅 표면에서 몇 미터 아래 습기가 고여 있을 것 같은 골짜기에는 자작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피에는 자신의 소명에서 미래의 아름다운 장면을 미리 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은 부피에게 30년간의 건강을 허락했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도 계속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가 살던 곳은 인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쟁의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직 자기 일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간의 그의 노력은 방대한 숲으로 실현됐습니다.

그가 워낙 조용히 오랫동안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숲이 자연적으로 재생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이 작업을 한 사람이 변변한 장비도 없이 혼자 해냈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부피에는 숲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랑하지도 않았고 숲을 돈벌이로 삼지도 않았습니다. 대신에 그는 더 멋진 것을 얻었습니다. 매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나무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게 되었고 나무 심기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또한 황무지를 숲으로 살려내는 과정을 통해 그의 피폐했던 마음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소명에 헌신한 엘제아르 부피에게 신이 준 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는 사람>의 첫 페이지에서 말한 내용은 자신의 소명에 헌신한 사람에 대한 감동적인 떨림을 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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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장 지오노 저, 김경온 역, 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 2005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교육 안내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의 저자인 박승오와 홍승완 연구원이 ‘나침반 : 춤추듯 나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대를 위한 자기탐색 및 직업 설계 프로그램입니다. 7월 17일~18일(토, 일).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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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2.208.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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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0.07.06 21:21:13 *.193.194.24
내 손바닥만한 크기의 다른 책을 사서 늘 가지고 다닌다.
부서 옮기며 적응하기 어려웠을 때, 판화그림까지 따라 그려보며 위안받았던 책
관제엽서에 도토리를 심는 손을 따라 그리며 푹 빠져보았다.
일요일 아침 읽으면 더 좋은 느낌
엘리베이터 안의 정적이 어색하고 싫을 때면 이따금 꺼내본다
외워볼 요량으로
노트에 여러 번 베끼도록 잡아끌었던 아름다운 책
2004년도 .. 그 첫번 째 떨림이 아직도 찰랑거린다.
올해는 이 책 하나로 프랑스고객과 서툰 영어로 말문을 텄다.
그에게는 따분한 교과서속 책이었다.
그러나 내 담당고객도 아닌 이 고객과 어색함을 메꾸어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로 돌아간 그에게서 땡큐레터가 와서 날 뜰뜨게 했다.
그럼 나도 터키의 그 벤츠리무진 차장처럼 일한 날이 추가 되는구나.
남들이 보기에는 추례할지라도.
언젠가 멋진 프랑스 서점에 들려서 꼭 사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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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7.07 22:03:36 *.122.208.191
누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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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7.09 01:41:17 *.67.223.107
승완씨, 난 지오노네 집엘 가봤지요.  도서관에서...ㅋㅋㅋ
그가 나무를 심었던 언덕도 보고, 그가 글을 썼던 책상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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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0 00:05:22 *.67.22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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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7.09 16:10:50 *.122.208.191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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