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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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십년 가까이 모신 스승님이 계십니다. 처음 만났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 네 번째 나무. 그때 느꼈던 마음의 떨림도 생생합니다. 지금도 스승님과 함께 할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알았습니다. 그 분의 삶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말과 글과 행동이 곧 그의 삶이었고, 그의 책이 그의 삶이었습니다. <활쏘기의 선>에서 오이겐 헤리겔은 말합니다.
“대가는 제자에게 내면적인 작품을 삶으로써 보여주며, 단지 자신의 현존재를 통해서 설득한다.”
훌륭한 스승은 존재 자체가 가르침입니다. 배움과 가르침이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배운 것을 일상에 실천하고, 삶에서 또한 배우며, 삶으로 가르침을 예증(例證)합니다. 배움과 가르침과 삶의 경계가 사라진 사람은 의도적으로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제자는 스승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게 됩니다. 삶이 곧 모범이자 가르침인 인물이 최고의 스승입니다.
좋은 스승은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제자도 그다운 세상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스승은 제자에게 뭔가를 강요하거나 그가 어떤 길을 걷도록 구속하지 않습니다. 나의 세상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걷는 것은 제자의 몫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가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스승은 자신의 세계를 넌지시 보여줄 뿐입니다.
비범한 스승은 제자가 빛나야 선생도 빛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자신을 넘어서기를 바랍니다. 이에 대해 헤이겔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는 [제자가] 자기보다 더 먼 데까지 나아가도록, 그리고 ‘스승의 어깨에 올라서도록’ 진심으로 요구함으로써, 제자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대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스승은 점차 자신이 필요 없어지게 만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스승은 제자의 마음에 각인 됩니다. 진정한 스승을 모셔 본 사람은 평생 동안 스승을 잊지 못합니다.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사랑과 믿음, 그리고 존경으로 채색됩니다. 이런 마음이 오고가는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인연입니다. 그래서 사제관계는 ‘근본적인 삶의 유대에’ 속합니다. 훌륭한 스승과의 인연은 삶의 축복입니다.
“길이 그를 어디로 인도하든 간에 제자는 스승을 시야에서 잃을 수는 있을지언정 잊을 수는 없다.”
- 오이겐 헤리겔
* 오늘 소개한 책 : 오이겐 헤리겔 저, 정창호 역, 활쏘기의 선, 삼우반, 2008년
*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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