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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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사고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는 우연히 어린왕자를 만나게 됩니다. 물이 필요했던 둘은 함께 우물을 찾아 나섭니다. 왕자는 사막에 앉아 쉬면서 조종사에게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합니다. 조종사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라고 화답합니다. 이렇게 둘의 마음에 길이 트입니다.
비행사는 자신의 품에서 잠든 어린왕자의 모습에 감탄합니다. 그 이유는 어린왕자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가 고향별에서 키웠던 ‘한 송이 장미꽃에 대한 성실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드디어 샘을 발견합니다. 사막은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샘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 샘에는 도르래와 두레박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조종사는 도르래를 돌려 물을 떠서 어린왕자와 함께 마셨습니다. 조종사는 이 물이 특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 물은 참으로 보통 음식과는 달랐다. 이 물이 이토록 맛있는 것은 별이 반짝이는 밤길을 걸어서 도르래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의 두 팔로 애써 퍼 올린 물이기 때문이다. 이 물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어린왕자는 조종사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 같은 뜰에 장미꽃을 5천 그루나 심어 두지만 그들이 이 뜰에서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어.” 조종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자는 이렇게 덧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고 있는 건 단 한 송이의 장미꽃에도, 아니면 단 한 방울의 물에도 있을 수 있는 건데. 하지만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봐야지….”
살다보면 삶이 ‘사막’ 같을 때가 있습니다. 행복, 희망, 소명, 사랑처럼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도 소중한 것은 멀어지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소중한 것은 멀리 있을 거란 생각이 가까운 곳에 있는 그것을 찾지 못하게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것은 큰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 속에 있는 이것을 보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건 거리나 크기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면, 마음의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보이는 게 아닐까요?
조종사와 어린왕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샘을 발견했듯이, 소중한 것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밤에 보이는 별이 낮에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소중한 것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도르래와 두레박이 준비된 우물을 마시는 것처럼,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중함이라는 우물을 찾겠다는 마음과 우물을 발견할 수 있는 심안(心眼), 그리고 내 손으로 그것을 길어 올리는 성실함이 아닐까요?
* 오늘 소개한 책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 어린왕자, 삼지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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