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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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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8일 10시 02분 등록

경영 사상가인 피터 드러커가 마흔 살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와 함께 유명한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친과 슘페터는 젊은 시절부터 친구였습니다. 당시 66세였던 슘페터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누리고 있었지만 병이 깊어서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드러커와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슘페터의 병문안을 온 것이었습니다.

드러커는 두 노인이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대화중에 드러커의 부친이 슘페터에게 물었습니다.
“조지프, 자네는 아직도 자네가 죽은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에 대해 말하고 다니는가?” 슘페터는 웃음을 터트렸고, 드러커 역시 그에 대한 과거 일화를 떠올리며 함께 웃었습니다. 삼십대 초반의 슘페터가 중요한 경제학 서적을 연이어 출간하며 경제학자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시절, 어떤 사람이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진정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까?” 그는 “유럽 미녀들의 최고 연인, 유럽의 최고 승마인, 그 다음으로는 세계최고의 경제학자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드러커의 부친은 이 일화를 떠올리며 다시금 질문을 던진 것이고, 드러커 역시 이 일화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린 것이지요. 슘페터는 부친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그렇네. 그 질문은 여전히 나에게 중요하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당시와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있네. 나는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사로서 기억되길 바란다네.”

그 순간 드러커는 아버지가 슘페터의 대답에 놀라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이를 모르는 슘페터는 말을 이었습니다.
“아돌프, 이제 나도 책이나 이론으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어. 진정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책이나 이론이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알았단 말일세.” 슘페터는 드러커와 그의 부친의 방문은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드러커의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이 일화를 ‘인생을 바꾼 경험’ 중 하나로 꼽으며 “그때의 대화를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자신이 배운 3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늙어가면서 그 대답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것은 차츰 성숙해 가면서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바뀌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한 가지는,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처음 읽은 건 2001년 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입니다. 당시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답변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 이후에 한 번 더 읽었고 2003년 봄에 세 번째로 읽었습니다. 세 번째 읽을 때도 같은 질문에 비슷한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자료를 찾기 위해 이 책을 훑어봤습니다. 이때 문득 알았습니다. 이 질문에 예전처럼 분명하게 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초독 후 10년이 흐른 지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라는 질문은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질문은 변하게 없는데, 과거의 대답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내가 변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고 삶의 지향점 역시 달라졌으니, 대답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드러커가 슘페터에게 배운 점, 즉 세월과 존재의 변화에 따라 대답을 바꾸어야 한다는 교훈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바로 지금이 새로운 답을 탐구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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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드러커 저, 이재규 역, 프로페셔널의 조건, 청림출판, 2001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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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2.1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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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2011.03.10 14:56:24 *.204.70.237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나는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는가?
화두를 안고 돌아갑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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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3.11 22:53:27 *.122.175.75
해도 좋고 달도 좋아요.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요즘입니다.
자연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대가들은 자연과 닮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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