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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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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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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3일 01시 04분 등록

칠성가스와 신풍각 사장의 기업가 정신

 

<단종된 1톤 사륜 덤프 트럭 세레스의 위용>

 

어제는 서울에서 손님이 내려왔습니다. 이곳에서 구경할 수 없는 몇 가지 찬거리를 사오셨고, 함께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만들기 위해 가스렌지를 쓰던 중 가스가 떨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길이 험하여 배달하기 어려운 곳에 살고 있으므로 애초부터 두 개의 가스통을 준비해서 쓰는데, 두 계절을 쓰자 바닥이 난 것입니다. 왕복 10KM는 족히 될 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칠성가스에 전화를 했습니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어둠만 내려도 웬만한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난감한 주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더 큰 걱정과 미안함은 얼마 전 내린 폭우로 길이 많이 파여 이곳까지 올라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배달 주문을 하며 미안해 하자, 칠성가스 사장님은 어떻게 하겠어요? 산 속에서 밥하다가 가스가 떨어졌으니 가야지요.”라고 전화를 받습니다. 30분쯤 지나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옵니다. 칠성가스 사장님이셨습니다. 산방 도착 200m 지점에서 길이 험해 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도가도 못한 채, 가스 통을 잔뜩 싣고 다니는 차의 무게가 길의 경사에 얹혀 자꾸 미끄러지는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다급하게 나의 트럭 세레스에 견인용 밧줄을 싣고 내려갔습니다. 차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태로 경사지 턱에 걸려 있었습니다. 밧줄을 걸었습니다. 나의 차는 4륜 구동 기어를 넣고 사장님의 차도 전진 기어를 넣어 견인을 시도했습니다. 가스배달 차량은 꿈쩍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견인 밧줄이 툭 하고 끊어졌습니다. 더 두꺼운 밧줄을 걸고 다시 시도하자 배달 차가 움직입니다. 그렇게 200m의 거리를 끌어 올려 가스 통 두 개를 모두 교체했습니다.

 

냉커피 한 잔을 타드리며 가격을 묻자 56,000원이라고 합니다. 한 통에 28,000원인 것입니다. 너무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 8개월을 가스 걱정 없이 쓸 텐데…… 6만원을 드리고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않겠다 했습니다. 이미 산방은 어둠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험한 곳까지 와주셔서 미안하고 고맙다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사장님 하시는 말씀. “나만 고생했나요? 함께 고생했지요.” 합니다. 커피 잘 마셨다며 조심조심 내려가셨고 나와 손님은 낙지볶음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손님이 떠나고 다시 홀로 남은 시간, 나는 칠성가스 사장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였다면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을 닫을 시간에 걸려온 주문 전화와 그곳이 얼마나 배달하기 험한 곳인지를 아는 이, 기껏해야 1년에 돈 10만 원어치 매상을 올려주는 고객, 배달 중 닥친 다급한 위험과 돌아가기도 만만찮은 길…… 그대가 가스 집 사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 해 나는 신풍각이라는 자장면 집으로부터 점심을 배달 받아 먹어가며 이곳에 산방을 지었습니다. 이 멀고 험한 곳까지 자장면을 배달해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감격했습니다. 그릇에 천 원씩 더 드리겠다 했지만 그는 거절하였습니다. “오토바이 기름값 계산하고 험한 길 생각하면 남는 것도 없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배달을 해주실 생각을 하셔요?” 하자, “먹어야 집도 짓지요했습니다. 그대가 그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이 두 분이 이 험하고 부실한 고객을 대하는 모습에서 기업가 정신을 보고, 또한 지역 공동체를 생각하는 상인의 정신을 배웁니다. 이 사회에 이러한 정신을 가진 상인과 기업가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한결 살만하지 않을까요? 이런 기업가 정신 속에서 자본주의에 사는 희망을 찾는 저는 너무 순진한가요?

 
 
IP *.229.2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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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07.23 08:06:41 *.246.146.19
칠성가스 사장님도 신풍각 사장님도 자네도 모두 道人이네.

백오산방과 바다와 산 그리고 세레스까지 백오와 더불어 그림처럼 그렇게 우리에게 등불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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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24 18:39:17 *.229.155.212
형산, 도인은 무슨 도인!
우리가 잃어버린 인정이고 배려겠지.

비즈니스에도 그것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었네.
지역 공동체에는 있고 도시 속에는 찾기 어려운 그 무엇, 혹은
대형마트에는 없고 재래시장에는 있는 그 훈훈한 무엇이
현대화되고 대형화되고 복잡화되면 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조직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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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전략
2009.07.23 09:34:46 *.121.106.107
천국이 따로 없군요!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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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24 18:41:35 *.229.155.212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집니다.

우리 모두 부족하지요.
혹은 서로에게 있었던 그것을
우리가 자꾸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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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9.07.23 09:48:00 *.93.113.61
기업가정신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안타까운 마음만 깊어가네요.

너로 인해 내가 살고
우리로 인해 내가 사는 것이
세상이치인데

나로 인해 너가 살고
나로 인해 우리가 산다는
로꾸꺼 세상으로 변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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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24 19:21:04 *.229.155.212
소설과 드라마 商道였던가요?
거기에 옛 상인들의 올바른 정신에 대한 이미지가 선명했죠?
그 정신마저 픽션은 아니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과 같은 혼란을 겪을 때일수록
올바른 시대 정신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약진하여 더 나은 세상을 여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배운 자들의 또다른 몫이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한탄이 나와 세상을 구할 수 없음을 역사는 오랫동안 보여주었습다.
우리가 처한 곳에서 저마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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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2009.07.23 14:25:10 *.248.91.49
트럭 세레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 우리 "가오기" 군요.
면접 여행때 신나던 곡예...

그렇게 칠성가스 사장님이 차를 몰고 오셨다...는 거죠?

서있는 "가오기"는 20k  짜리 가스통이고
 앉아있는 사람은 10k 짜리 가스통 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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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24 19:23:45 *.229.155.212
해운선생님.
이 사진을 자료로 올려도 될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올렸습니다.
많이 불편하신 건 아니시죠?

가스통들도 저렇게 아이처럼 즐거웠을까요?
사진 한 장 다시보니 그날이 참 좋았던 날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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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2009.07.23 14:43:18 *.23.89.27
샬롬!
아이들에게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가능할런지....
멋집니다.
그렇게 살려고 하는데....,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그렇게 되겠지요.
멋지게 살아주세요.
닮아 가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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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7.24 19:26:33 *.229.155.212
샬롬! (이게 멋진 말인가 봐요? 나도 운전님께는 그렇게 인사할랍니다.^^)

그대는 이미 그렇게 사시잖아요.
그 아름답게 사는 모습 저도 닮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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