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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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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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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7일 08시 48분 등록
안녕하세요, 승완이에요. 홍승완, 제 이름이에요. 매주 월요일 저는 여러분에게 글 하나를 보내려 해요. 마음으로 쓰려고 해요. 여러분도 마음으로 받아주세요. 그러면 참 좋겠어요.



“나는 변화의 여러 얼굴과 단편들을 그려보고 싶다. 변화의 씨앗(seed)을 모으고, 변화의 장면(scene)을 스케치하고 변화의 스프링보드(springboard)를 보여주고 싶다. 변화를 조금 가벼운 모습으로 일상으로 데려와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저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을 느끼고 싶어요. 다수가 아닌 한 명을 접촉하고 느끼고 마음을 교환하고 싶어요. 마음이 넘치고 욕심은 앞서네요. 글도 길어질 것 같구요. 이제 첫 글을 시작해요.





변화는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변하지 않고 사는 것은 더 어려워요. 그것은 불가능해요. 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누구나 변하고 어떤 삶이든 변화합니다. 자발적인 변화이든 강제된 변화이든, 자신이 원하는 변화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래요. 변화는 삶과 생명의 존재 방식이니까요. 나는 한 사람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장면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이야기는 조금 길어요. 여러분을 처음 만나는 글이어서 그런지 가슴이 벅차네요.



『대학원 1학년 여름의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벌써 20여 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 때의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날 오후 나는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는 교토 대학교 교내를 걷고 있었다. 뭔가 생각 중이던 나는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속에 희미하게나마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보니 멀리서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단발머리 소녀가 “아저씨”하고 부르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되돌아서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설마 그 소녀가 나를 부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학생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서너 발자국 가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소녀가 부르는 “아저씨”란 바로 나였던 것이다.



소녀는 나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이거 아저씨 거죠?”하며 수첩을 내밀었다. 내가 수첩을 떨어뜨렸던 모양이다. 틀림없이 그것은 내 수첩이었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며 수첩을 받으니까, 소녀는 은행나무가 만든 녹음 속을 ‘참 좋은 일을 했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게 선 채 소녀의 하얀 옷자락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나 자신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도 ‘아저씨’라고 불린 적은 있었지만, 그때만큼 그 호칭이 가슴에 와 닿은 적은 없었다.』



이 이야기는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장면’이고 ‘이야기’이지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책인 ‘학문의 즐거움’에 나오는 장면이랍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평범한 일상이고 광경이지요. 그런데 이 장면이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한 사람의 삶을 바꿨어요. 긴 인생 속의 장면 하나가 그를 변화시킨 것이지요. 대학원 1학년 때 히로나카는 깊은 방황 속에 있었습니다. 대학원생이 됐지만 그는 좀처럼 논문을 쓰지 못했어요. 훌륭한 논문을 쓰고 싶었지만 평범한 자신은 그런 논문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논문을 쓰고 자신의 이론을 창조해 가지 않으면 수학자로의 길이 막힌다’는 고민도 있었어요. 딜레마지요.



‘써야 하나, 쓰지 말아야 하나?’, 그의 고민은 계속 됐어요.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준 사람이 바로 ‘어느 날 교토 대학 교내에서 만난 이름도 모르는 한 소녀’이지요. 히로나카는 이 소녀가 자신을 ‘수학자로 만들어줬다’고 말합니다. “그날부터 나는 몇 번이나 ‘너는 아저씨라고 불릴 만한 사람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답은 ‘아니다’였다. 책을 읽고 고급 이론을 이해하거나 남의 논문을 명석하게 비평하는 것만으로는 ‘아저씨’가 될 자격이 없다. 자기의 이론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논문을 써야 한다. 아무리 형편없는 것일지라도...... 나는 결심했다.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논문을 써서 기고했다.” 소녀는 그가 창조를 향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변화는 어떤 절실함(고민)과 계기가 만나 시작되는 것 같아요.



변화는 어려운 것이지만 장면 하나 이야기 하나로도 사람은 변할 수 있어요. 질문해보세요. ‘내 삶에서 최고의 장면은 언제 어디서였는가?’ 기억해보세요. 과거로부터 소환하세요. 그 장면을 더듬어보세요. 그 때의 감정을 느껴보세요. 자, 이제 새로운 장면을 그려보세요. 현재 혹은 미래에 그 장면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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