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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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보다 나와 같은 사람에게 가장 섬세해야 할 감각이 무디고 둔해졌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한때 나는 이 분야에서도 극히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감각을 소유하고 있었다. (중략) 나는 그만 목숨을 끊어버리려고 했다. 그때, 오로지 예술이 나를 가로막았다. 내가 써야 한다고 느꼈던 곡을 완성하지도 않고,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비참한 이 삶을 계속 버텨내야만 했다.
- 베토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중에서
음악에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조차도 베토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말년의 그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요양 중이던 그가 자살을 떠올리며 남긴 유서에는 그런 절망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삶과 음악이 둘이 아니었던 베토벤에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공포는 죽음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요. 그가 훌륭함을 딛고 위대함으로 도약한 것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하기로 결심한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이전에도 이미 훌륭했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와 각인된 것은 틀림없이 시련이 닥친 이후입니다. 대중이 그를 악성(樂聖)으로 기억하는 데는 음악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을 그의 시련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제게 탁월한 재능이나 비범한 천재성을 허락하지 않은 하늘을 원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번만 훑어보면 몽땅 외워버리고, 어려운 수학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 천재(天才)의 모습을 동경했던 거지요.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하늘이 허락한 천재조차 집착이라고 불릴 만큼의 지독한 노력이 없다면 그저 역사 속의 해프닝으로 잊혀져 버린다는 평범한 사실을 말입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조차 벅찬 열정과 몰입으로 창조해낸 그의 눈부신 작품을 속에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지요. 이 작품들 위에 시련과 극복의 감동이 더해지면서 베토벤은 그의 숭고한 삶 자체로 예술작품이 되었습니다.
운명의 목덜미를 움켜쥐겠노라. – 루드비히 반 베토벤
그의 일갈에 목덜미를 붙잡힌 듯한 얼얼함으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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