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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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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7일 01시 18분 등록
칠레 출신의 파블로 네루다는 위대한 ‘민중시인’으로 불립니다. 저는 거기에 ‘고독’이라는 말을 더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고독이 그의 비범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네루다는 20대 중반의 5년 간(1927년~1932년) 미얀마와 스리랑카, 싱가포르 등에서 영사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동양은 낯선 세계였고 그는 외로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보낸 18개월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외로운 때’였습니다. 네루다는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인들과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의 선택지는 고독뿐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네루다는 이 시기를 담은 책의 장(chapter)을 ‘빛나는 고독’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 시기에 네루다는
“진정한 고독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인적이 드문 방갈로에서 ‘탐험가처럼 야전 침대에서’ 잠을 자며 단출하게 지냈습니다. 이 시기의 고독은 네루다에게 어둠이었습니다. 고독은 그를 외로움에 떨게 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이런 고독은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고독이 아니라 감옥의 벽처럼 단단한 고독이었다. 아무리 벽에 머리를 박고, 아무리 고함을 치고, 아무리 울어도 달려오는 사람 하나 없었다.”

또한 고독은 그에게 빛이기도 했습니다. 네루다는
“그러나 나는 그때를 가장 빛나던 시기로 기억한다. 마치 어마어마하게 밝은 번갯불이 창문 밖에 머물면서 내 운명의 안팎을 속속들이 비춰 주는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시를 쓰고 책을 읽고 매이 밤마다 음악 몇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보냈습니다.

고독의 빛과 어둠은 그의 시에 스며들었습니다. 네루다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지상의 거처>에 수록된 시 대부분을 이 시기에 썼습니다. 고독은 네루다라는 시인과 그의 시를 거듭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아무튼 내 문체는 한결 정제되었고, 반복되는 광적인 우수를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진리와 수사법을(이러한 밀가루로 시라는 빵을 만든다.) 고려할 때 씁쓸한 문체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내 고유의 문체를 체계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문체가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대기가 스며들지 않은 시는 죽은 시다.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

네루다는 평생 동안 고독의 시기를 여러 번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거치며 단련되었습니다. 사랑의 시인에서 실존적 고뇌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과 ‘사회의식으로 충전된’ 시를 쓰는 민중시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고독은 자신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홀로 있으면 페르소나가 떨어져 나가고, 숨겨져 있던 나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고독은 침묵을 부릅니다. 언어가 사라지면 쉽게 지나쳤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침묵의 위대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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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파블로 네루다 저, 박명규 역,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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