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284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0년 3월 22일 17시 47분 등록

“여러분이 제 남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몇 해 전, 한 연말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은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본능적으로 긴장감이 솟구쳤습니다. 이 여자가 무슨 폭탄 발언을 하려나 싶어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내가 입만 열면 오빠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거야’라며 협박하던 아내의 묘한 미소가 퍼뜩 떠올랐습니다. 아내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저희 남편이 예전에는…… 몸짱이었습니다.”

저는 안도의 한숨을 쏟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아내가 이야기를 하던 그 순간에도 한 입 가득 음식을 물고 우물거리던 제 모습이 ‘몸짱’이라는 단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고도 살을 빼는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쯤 전에 살을 빼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일단 급한 마음에 큰 소리는 쳤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공부와 다이어트는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실 특별한 비법이 있을 리가 없지요. 우선 먹는 음식을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한동안 미뤄왔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모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답시고 힘을 좀 썼더니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팔, 가슴, 어깨, 심지어 겨드랑이까지 구석구석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한창 운동하던 때를 생각하고 무리했던 모양입니다. 그냥 무식하게 힘만 써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예전에 사 모았던 관련 책들을 뒤적였습니다. 그 속에서 근육이 생성되는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근육은 강한 자극을 받으면 이를 견뎌내기 위해서 저항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근섬유에 상처가 생기게 되는데요. 근육은 이렇게 생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특유의 재생력을 발휘합니다. 이 복구의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근육통입니다. 일종의 성장통이지요. 결국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근육은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 때문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며 생긴 일종의 흉터인 셈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자라는 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매번 감당할 수 있는 만만한 자극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뻐근하게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자극을 가해야만 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이 자라납니다. 통증 없이는 성장도 없습니다.

약속했던 100일 중에 삼분의 일이 지났습니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긍정적 통증이 되어 제 몸의 근육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대되시나요? 사실, 저는 조금 걱정됩니다.


*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월요일 아침에 띄워야 하는 편지를 화요일이 가까운 시간에서야 부칩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IP *.72.208.16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03.23 21:56:10 *.36.210.184
뭐 몸짱이 되어서 나타나 준다면야 봐 드릴 수 있어용.

비겁하게 잘 생긴 아들래미 얼굴만 보이지 말고 아이 아빠 얼굴도 보여주숑. 이히히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6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_첫번째 이야기 file 알로하 2020.02.16 763
895 강남순 교수의 페미니즘 강의 후기, 첫번째 이야기 제산 2020.02.17 1027
894 이렇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서른 다섯 워킹맘의 선택 아난다 2020.02.18 822
893 [수요편지] 월급쟁이 사룡천하(四龍天下)2, 낯선 곳에서의 후라이 장재용 2020.02.19 1013
892 목요편지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운제 2020.02.21 850
891 [금욜편지 124-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프롤로그] 수희향 2020.02.21 840
890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나를 사로잡은 용 file 알로하 2020.02.23 800
889 강남순 교수의 페미니즘 강의 후기, 두번째 이야기 제산 2020.02.24 833
888 [화요편지]영혼의 응급실에서 아난다 2020.02.25 760
887 [수요편지] 세월이 카톡에게 (월급쟁이 四龍天下 마지막 회) [2] 장재용 2020.02.26 799
886 목요편지 - 엎어진 김에 운제 2020.02.28 791
885 [금욜편지 125-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헤라클레스편] 수희향 2020.02.28 866
884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미지의 삶을 찾아서... file 알로하 2020.03.01 773
883 강남순 제3강 < 남성성의 신화와 ‘형제 코드 (Bro Code)' > 제산 2020.03.02 814
882 [화요편지] 엄마, 굴레에서 꿈의 현장으로! 아난다 2020.03.03 732
881 [수요편지] 니체가 월급쟁이에게 장재용 2020.03.04 735
880 목요편지 - 빼앗긴 봄 [1] 운제 2020.03.06 769
879 [금욜편지 126- 헤라클레스가 에니어그램을 알았더라면- 안티고네편] 수희향 2020.03.06 796
878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용과 함께 춤을... file 알로하 2020.03.08 776
877 강남순 제4강 <21세기 페미니즘 :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과 평등세계를 향한 나/우리의 과제> 제산 2020.03.09 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