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 조회 수 291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기다리다 지친 나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홍콩 출신 석사 과정 학생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왜 아무도 날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그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만있는데 왜 내가 널 가르쳐야 하니? 무엇을, 어떻게, 언제 배우고 싶은지 네가 요구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서 네가 필요한 걸 알려주니?’”
- 약학박사 천 경수,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 중에서 -
---------------------------------------------------
깊은 산골에 사는 한 소년의 집에 큰 비로 나무가 쓰러져 길이 막혔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치워보려고 기를 썼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쩔쩔매고 있는 그 앞에 아버지가 나타나 물어봅니다. "얘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해 보았니?" "예, 아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자 아빠가 다시 묻습니다. "아니다, 네가 아직도 하지 않은 일이 한 가지 있단다. 그게 무엇인지 알겠니?" "잘 모르겠는데요?" 아빠가 대답합니다. "너는 이 아빠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
미국 암학회가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5년 연속 수상한 천 경수 박사는 대학원 시절에 미국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 도착해서 좋은 시설을 갖춘 실험실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실험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는 내심 ‘교수님끼리 도와주기로 약속했으니 누가 날 지도해주겠지.’ 하면서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기다림에 지쳐 한 학생에게 따지듯이 묻게 되었고,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그 학생의 답변을 듣고 큰 부끄러움과 함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수동적인 면을 버리고 먼저 묻고 능동적으로 실험하는 자세를 익힘으로써 좋은 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인복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동안 자신을 참 인복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살면서 저를 도와주거나 이끌어주는 사람이 참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배움을 진지하게 청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늘 ‘누군가 가르쳐주겠지’ '누군가 도와주면 좋을텐데...' 하면서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기만을 바라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배움이나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면 할수록 부탁의 부담과 거절의 두려움은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제 생각보다 흔쾌히 도움을 베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물어야 응답을 얻고, 찾아야 구할 수 있으며, 두드려야 열리는 법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96 | 일과 여행의 만남 | 문요한 | 2008.10.07 | 3917 |
895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화법, 침묵 [8] | 김용규 | 2009.06.04 | 3918 |
894 | [수요편지] 행복에 관해 헷갈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 불씨 | 2024.02.21 | 3918 |
893 | 외로움을 감내하는 '나만의 법칙' [6] | 부지깽이 | 2009.07.17 | 3920 |
892 | 후회는 좋은 것! [1] | 승완 | 2009.11.03 | 3920 |
891 | 열정과의 만남 | 문요한 | 2012.11.28 | 3923 |
890 | 다산이 걸어간 '사람의 길' | 연지원 | 2013.08.13 | 3923 |
889 | 같은 방법으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26] | 신종윤 | 2009.11.02 | 3925 |
888 | 드림 소사이어티 (Dream Society) [1] | 김도윤 | 2008.10.30 | 3931 |
887 | 서재와 삶의 친구들 [1] | 승완 | 2013.03.26 | 3935 |
886 | 빨간 여인 [13] | 구본형 | 2009.03.06 | 3937 |
885 | 불행해질 이유 | 박승오 | 2008.05.26 | 3940 |
884 | 내 삶의 물음표, 느낌표, 그리고 쉼표 [3] | 오병곤 | 2007.12.03 | 3942 |
883 | 91세 어머니의 첫 해외여행 [1] | 로이스(旦京) | 2015.02.15 | 3942 |
882 | 당신의 꽃 [2] | 부지깽이 | 2009.07.10 | 3945 |
881 | 성실이 나를 이끈다 [1] | 부지깽이 | 2009.05.25 | 3946 |
880 | 말하는 쓰레기통 | 문요한 | 2008.04.29 | 3952 |
879 | 생태적 각성이 필요한 때 [1] | 김용규 | 2013.08.15 | 3953 |
878 | 탁월함에 이르는 실마리 [1] | 신종윤 | 2009.01.12 | 3955 |
877 | 사랑이 앎의 가장 큰 방법론 [1] | 김용규 | 2012.05.03 | 3955 |